해방후 필자가 시골서 중학교를 다닐 때 집에는 많은 일본어로 된 문학전집과 철학서 그리고 사상전집(思想全集)이 있었다.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읽는답시고 들고 다녔으나 지금은 먼 옛날의 기억 속에 아지랑이처럼 아물거리기만 하니 역시 세월이 흘러간 탓이리라.
그 중에서도 소련의 문호 투르게네프가 쓴 산문시(散文詩) 내용은 당시의 어린 소년이었던 나에게 너무나 큰 충동을 준 것으로 기억된다.
이 책은 투르게네프가 길지도 않은 산문시의 형태를 쓴 여러 편의 이야기 비슷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그 내용 하나 하나가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그 중에서도 알프스와 융프라우 산이 서로 나누는 대화의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다.
가령 알프스가 새벽에 일어나서 융프라우 산 봉우리를 보고, "잘 잤느냐." 하고 물으면 인간 세상에는 수천 년이 지나 간다는 것이다.
융프라우가 대답을 하는 가운데도 역시 수천 년이 지나간다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 내용에는 알프스가 융프라우에게 묻는다.
"저기 저 밑에 개미처럼 지나가는 것이 무엇인가?"
"그것이 바로 인간이란 동물일세." 하고 융프라우는 대답한다.
이렇게 주고 받는 동안에도 인간 역사는 수 천년이 지나간다는 것이다.
그 자세한 내용은 다 기억할 수 없으나 작자인 투르게네프는 알프스와 융프라우의 두 산봉우리의 대화를 빌려서 인간들의 왜소(矮小)함, 자기중심주의(自己中心主義) 그리고 오만성을 경고하게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의 산문시에 나오는 또 다른 제목으로 〈 걸인(乞人)〉이 란 것이 있다.
그것은 한 겨울에 길거리서 만난 의지할 곳 없고 불쌍한 한 노인이 걸인신세가 되어 작가(作家)에게 한 푼의 동전을 구걸하는 것으로 얘기는 시작된 듯 싶다.
너무나 가련한 모습에 동정심을 느낀 작가가 자기도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지만 다만 얼마가의 돈이라도 주어야겠다고 결심하면서 "네, 좀 드리지요."하고 포켓에 손을 넣었으나, 분명히 있는 것으로 여겼던 돈은 한 푼도 없는 것이었다.
돈이 없다는 놀라움 그리고 잔뜩 기대하고 손을 내밀고 있는 걸인을 실망시킬 수 밖에 없는 문학청년인 필자의 당혹감 등 때문에 그는 걸인의 손을 잡으며 마치 큰 죄를 지은 사람처럼 용서를 구하는 것이었다.
"제발 이해해 주오, 나의 포켓에 돈은 없답니다." 죄송스러워 하며 힘껏 잡는 걸인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그러나 걸인은 자기에게 돈을 주지 못해 난감해 하면서도 깊은 인간적 사랑을 퍼붓는 작가에게 "뭘요! 나는 받은 것과 같습니다."하며 제 편에서 힘껏 손을 잡는 것이란 내용이다.
이 속에는 제정 러시아 말엽에 있어서의 사회상을 나타내는 것만 같다.
투르게네프 산문시에 나오는 또 하나의 잊지 못 할 대목이 있는데 그것은 〈노파(老婆)〉란 이름에서 쓰여진 것으로 기억된다.
어느날 들판을 걷고 있던 청년 뒤에서 "똑딱 똑딱" 소리가 나서 보니 한 노파가 따라오고 있었는데 몇 시간이 지나 청년이 높은 언덕길을 돌아가도 여전히 노파는같은 속도로 똑딱거리며 뒤따라 온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별반 신경을 안썼고, 좀 지난 다음에는 "아마 눈이 나빠서 날 따라 인가까지 가려 하겠지!"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몇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청년은 노파가 자기를 뒤따라 오는 것이 아니라 뒤에서 자기를 조종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상한 일이었다. 당황한 청년은 대체 저 노파가 나를 어디로 인도하려 하는가 하고 분노 섞인 말로 중얼거리기도 했다.
결국 청년은 자신도 모르게 저 쪽에 보이는 큰 묘지(墓地)로 향하고 있지 않는가? 필사적으로방향을 틀어서 도망갔으나 헛일이고 자기가 가는 길 앞에 묘지가 와있는 것이다.
기진맥진한 청년은 그 자리에 주저않고 말았다. 가만히 있는 데 어쩔 것인가?
그러나 놀랍게도 이번에는 입을 벌린 묘지가 터벅터벅 이 쪽을 향해 걸어오는 것이었고 절망(絶望)에 빠진 청년에게 노파가 다가와서 이빨을 드러내고 말하는 것이다.
"이 이상 도망 못가!"
물론 이〈노파〉란 산문시는 작가가 인생의 운명에 대해서 얘기하게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제 말한 〈알프스와 융프라우의 대화〉,〈걸인 〉,〈노파〉등이 담겨 있는 투르게네프의 산문시를 읽었던 당시의 나에게는 말할 수 없는 기쁨과 통찰 그리고 인생의 문제를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습성(習性)을 길러준 한 권의 책이 아니었나 한다.
<제2호> 포플라 나무(1) 2000년 07월 20일
어느 시절부터인가……
이 땅에 포플라 나무가 들어왔고 시골길이나 개울가 아니면 하천을 끼고서
우뚝 서 있는 모습은 정말 무어라 형언키 어려운 감상을 주는 것이다.
봄이 되어서 만물이 소생하는 날이면 포플라 나뭇가지에는 파란 눈이 싹트는 것이었고,
동네 아이들은 어느 사이엔가 그것을 꺾어 껍질을 벗겨서 만든 피리를 불고 다니곤 하였다.
어느덧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되면 잎사귀가 싯누렇게 변색해갔고
낙엽이 떨어지고 나면 앙상한 가지만 남는 것이었다.
늦은 가을 떨어진 포플라 나뭇잎은 개울물을 따라 흘러만 갔고 …… ,
맨발이 된 채 가재잡이를 하던 소년들의 옆을 무심히 흘러가 버리곤 했다.
이런 가을이면 "왜 목탁을 두드리는 것일까요? "하고
나는 뒷산 깊숙히 서 있는 산사의 스님에게 묻곤 하였었다.
그렇게나 인자하셨던 아버님이 이 세상을 떠나시던 날 가을바람은 유달리도 시원하게 불었고,
그 바람에 떨어진 포플라 잎사귀는 말없이 개울가를 흘러가는 것이었다.
"그것은 애착(愛着)을 없애는 것이란다 …… ."
스님은 대답해 주셨다.
"무슨 애착(愛着)이 있는 것일까요?" 하는 나의 질문에,
"그거야 죽은 사람(死者)은 이 세상에 대한 못다한 한(恨)이 있을게고,
살아남은 사람은 죽은 사람에 대한 그리움의 애착(愛着)이 없지 않겠느냐…… ."
스님은 당시의 소년이던 나에게 열심히 설명을 했으나 나로서는 알 수가 없는 문제였다.
그러나 세월이 얼마나 흘렀을까?
나는 어느덧 성인이 되었고 포플라 낙엽이 떨어지는 날에 자신도 알 수 없는 가운데 '저승길'을 걸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살 만큼 살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 지구상에 와서 무엇인가 이룩하고저 했고
꿈과 집념이 남아 있다고 보아야 할 터인데 무정하게도 나도 나의 아버지가 그러했던 것처럼 이 세상을 하직하고서 '저승의 길'을 열심히 걸어가고 있었다.
기왕이면 내가 생전에 그토록 사랑했던 시골길을 따라 가자.
그리고 그리웠던 실개천을 따라서 나는 온갖 지난날의 추상(追想)을 반추(反芻)하면서 포플라 나무가 솟은 언덕길을 외로이 넘어가고 있었다.
생전에 못 이룬 가장 큰 한(恨)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나의 친구요, 부모형제요, 같은 길을 가던 동료들에게 작별인사를 못했던 게 아닌가?
그러니 그것은 다 엄격히 따져보면 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해도 될 것이다.
불법(佛法)에서 부처님이 설(說)하시는 바에 따르면,
동서남북의 네 가지 인연에서 과거, 현재 , 미래의 시상(時相)을 곱하면 열두 가지 인연이 있는 셈이고 ,
그것이 천배(千培)되면 만 2천 가지의 인연이 생겨나는 법이다.
이 많았던 인연들을 정리하지 못한 채 저승으로 갈수가 있겠는가?
그리고 이 세상 모든 인연 가운데 나의 아내라고 하는 인연,
그리고 나로 말미암아 태어난 나의 자식들이라고 하는 인연을 나는 어떻게 그대로 둔 채 낙엽처럼 떠나갈 수가 있단 말인가.
그나마도 다 키우질 못했고 그 어린 것들을 둔 채
나 홀로 역시 포플라 나무가 우거진 저승길을 걸어가야 한단 말인가?
"이 곳을 영영 떠나기 전에 생전의 내가 가장 사랑했던 막내 아들이라도 보고 가야 할 게 아닌가."
나는 기계적으로 걸어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간신히 방향을 바꿀수가 있었고 내가 얼마 전까지도 그들과 살던 언덕 너머 오두막집을 향했다.
그날 따라 포플라 나무는 유달리 슬프게 울고 있었고,
가지에서 떨어지는 잎사귀들은 무엇인가 '억울하다는 듯' 하소연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정신분석학자가 본『불교와 깨달음 』중 발췌
<제3호> 포플라 나무(2) 2000년 07월 20일
간신히 내가 살던 그 정든 마을과 우리들의 보금자리였던 '옛집'을 찾는 것이었고,
때마침 아버지를 잃은 나의 귀여운 자녀들이 울부짖음이 내가 어릴 때 살던 늦은 가을의 하늘로 울려퍼지는 것이었다.
'애들아, 내가 돌아왔어! 저승에서 부터 이승으로 왔단 말이야,
이제 울 필요가 없지 않겠니"
나는 필사적으로 부르짖었으나 나의 귀여운 아이들은 나의 말을 들을 수가 없었다.
여전히 '관성의 법칙'처럼 울음과 슬픔을 가속화 시키는 게 아닌가!
나는 옛날 살아 있을 적에 했던 대로 되도록이면 부드럽고 다정하게 그들에게 다가섰던 것이고,
"애들아 아빠가 돌아왔단 말이야!"하고 흔들어 보았다.
그러나 어찌된 셈인가?
나의 부드러운 포옹도, 호소하는 얘기도, 이미 그네들에게는 전달되지 않는 것이었고,
그들은 내가 왔음을 감지하지 못한 채, 여전히 울고 있는 것이었다.
분명히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가 살아서 서로 얼싸안고서 춤을 추기도 했고,
옛 노래를 함께 부르면서 마치 영원히 지구 위에서 살 수 있을 것처럼 즐거워하지 않았던가?
"나를 왜 몰라 보느냐? 나는 너희들의 그리운 아버지란 말이야!"
안간힘을 다해서 나는 고함을 지르기도 하였다.
설마 그렇게 큰 소리를 외쳤는데도 날 몰라 볼 그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대체 어찌되었단 말인가?
나의 그들을 향한 어떠한 통신의 노력도 다 허사가 아닌가?
나는 분명히 그들을 옆에서 볼 수 있는 것이고,
그들을 향해서 얘기를 할 수도 있었지만,
저편에서는 전혀 나의 존재을 감지하지 못함은 물론,
어떤 티끌만한 상상을 하지도 못하는 것이었다.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이 귀여운 아이들이 울다가 지쳐서 잠이 들게 될 것인즉
그때 나는 그들의 마음속 깊이 들어가서 그들이 꾸는 꿈을 통해서 내가 왔음을 알려주어야 할 것이다."하고 나는 중얼거렸다.
"엄마 나는 잘 테야! 이제 더 이상 올 수도 없는 걸……." 하면서 꼬마가 잠이 드는 것이었다.
나는 그 때없는 순진한 녀석이 어서 깊은 잠에 들어 꿈을 꾸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녀석의 특수한 감각장치에 호소할 수 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이윽고 때가 다가왓다.
막내 녀석은 어느덧 숨을 휘몰아쉬고,
눈알을 감은 채 빙빙 돌리는 것이었고 마침내 '꿈'을 꾸기 시작하는 것이아닌가!
아니나 다를까, 나의 귀여웠던 막내는 꿈의 '환상적 세계'(Fantasy World)로 들어오게 되었고,
방황하는 '부성애의 육체화'된 나의 모습을 결국 알아보는 것이었다.
"아빤 죽지 않았어!
우리 곁에 계신 것을 왜 우리가 모르고 울기만 했을까 ……."
어쩔줄 모르는 표정이었다.
나는 저승에 있었고 , 막내놈은 이승에 있었건만 그의 '꿈의 세계'에서 서로는 만날 수가 있었다.
"나는 죽지 않았어! 우주가 끝날 때까지 살아남아서 너희들을 돌보려고 하는 거야 ……."
나는 제법 자신있게 말을 했다.
"그게 좋아요! 아빠! 우리는 아빠 없이 살 수도 없고, 또 죽을 수도, 울 수도 없단 말이예요 ……."
"아니! 죽다니 너희들을 영원히 살리려고 내가 되돌아왔는데 ……
너희들의 불행을 막아주고, 어머니에게 기쁨을 주고,
훌륭하게 되어, 나라에 충성하게 하는 그런 것을 볼려고 내가 왔단 말이야 …… ."나는 애소하듯 말했다.
우리는 꿈의 특수 분위기를 통해서 어느덧 통화가 가능했던 것이고,
나의 귀여운 막내 녀석을 데리고 평소에 잘 가던 개천으로 향했다.
키 큰 외로운 포플라 나무 곁으로 …….
"아빠! 우린 다시 헤어지지 않고 언제까지나 같이 살 수 있지요?"
"그래, 물론 그래야지!"하고 나는 대답했다.
그러나 그게 쉬운 일인가?
인간의 뜻과 바람(願望)과는 전적으로 무관한 어떤 법칙에 의해 운명은 지워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프로이드의 말을 빌리면 생명현상이란 '반복강박'(Repetition Compulsion)에 있는 것이다.
정반대의 동기(動機)들이 서로 교차 (交叉)되고 반복되는 것이 생명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인간이 이 슬픈 언덕인 지구에 와서 줄곧 음식을 먹고,
성장하고 신진대사를 하고 …… 합성(合成) 하고,
분해하는 화학작용이 반복되는 동안 우리는 지구상에서 살아갈 것이다.
그러나 인연이나 반복강박이 다하게 되면,
이런 생명의 반복은 소멸되는 것이고,
그러면 조용히 우주의 전 너머로 향해서 우리는 분해해 가는 것이 아닌가?
수억만 년의 오랜 역사 속에서 '나'라고 하는 존재가 성립되었고,
그 존재의 법칙에 따라 살아왔고,
포플라 나무가 늘어선 개천에서 고기를 잡으며 환호성을 질러 보기도 했던 것이다.
"아가야, 제발 너의 지금의 꿈에서 깨지 말아라! 우리는 영원을 순간처럼 더불어 뛰놀자꾸나 ……."
나는 마치 돌아가는 지구의 축(軸)이라도 정지시킬 힘을 가졌다는 듯이 기염을 토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
나의 저 세상에서 맺어졌던 귀여운 막내는 이 극적인 꿈을 깨는 것이었고,
그 순간 나와 그와의 사이에는 단절의 막(幕)이 내리는 것이었다.
다음부터는 나의 어떠한 통하려고 하는 노력도 허사가 될 뿐,
아까와 마찬가지로 상대편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질 않는 것이었다.
손짓, 발짓, 절규에 가까운 고함소리,
그리고 가까이 가서 그의 아름다운 뺨을 어루만져 보기도 했건만 …… 그것은 영원히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처럼 묵묵부답이 아닌가,
한과 애착과 나르시시즘(Narcissism)과 나로 말미암은 존재, 아들에의 애수 ……
이것 때문에 내가 저승길을 가다가 되돌아오지 않았던가?
내가 생전에 그리고 개울가에서 가재잡던 어린 시절에 산사의 스님이 들려주었던 목탁소리의 의미가 스쳐가는 것이었다.
"그렇다! 애착을 말끔히 집어던지고 가야 한다."
내가 마치 억조창생(億兆蒼生)중의 한 먼지와 같은 존재로서,
이곳에 잠시 들렀던 셈이고, 따라서 아무런 미련없이 나는 떠나 가리라.
포플라 나뭇잎이 떨어져 가듯이 말이다.
건강가정 아카데미
-21c, 새로운 삶의 제안- 중 발췌
<제4호> 나의 아버지 2000년 07월 22일
해방되던 해 5월,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위로 딸만 낳다가 뒤늦게 얻은 아들이라고 큰 잔치까지 벌여주었던 나의 아버지.
그러나 무슨 가닭인지 나는 아버지와 인상깊은 대화를 주고 받았다거나,부자간의 정을 나누었다는 기억이 별로 없었다.
어지러운 해방정국에서 아버지는 아렇다할 유산을 남기지 못하셨고,
얼마 안되는 논마저 토지개혁으로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이렇게 집안이 어려워지자 어머니는 뒷산에 있는 절을 찾아가,부처님과 천지신명에 정성을 들였다.
나는 가을 달빛아래 두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열심히 공부하겠노라는 다짐을 하곤 했다.
居昌의 농업중학에 다니게 된 나는 영어과목을 좋아하며노래와 시에 심취한 문학소년이었다.
나는 점차 세상을 위해 뜻있는 일을 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마침내 의과대학에 들어가 병리학 , 해부학 등을 배우게 되었다.
어느날 낯선 노인이 학교로 나를 찾아와서 이렇게 일러주는 것이었다.
"자네가 尙昌이 아닌가,
자네 아버지는 경북 상주(尙州)를 떠나 경남 居昌에 가서 낳은 아들이 라고
尙主의 尙과 居昌의 昌을 따서 尙昌이란 이름을 지었다네… .
자네는 부디 休菴公(휴암공) 13대손임을 잊지말게"
사실은 나는 나의 이름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았다.
이름이란 부르기 좋고 기억하기 쉬워야 하는 것이 아닌가.
역대 대통령이나 유명인사들의 이름을 보면 한결같이 그렇다.
그런데 나의 이름은 곧잘 혼동을 이르켜 "昌尙" 혹은 "昌成"으로 불리기 일쑤였다.
전화번호부에도 同名異人이 없을 정도였다.
나중에 정신과의사로서 오랫동안 가정법원의 조정위원으로 관찰한 바에 따르면
이름이 드세거나 어려운 사람이 이혼과 같은 불행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이름 때문에 직접적인 불행을 겪은 적은 없었다.
그러나 나는 그 노인이 던져준 화두와도 같은 말을 마음에 담고
일찌기 돌아가신 아버지의 뜻을 헤아려보려고 무진 애를 썼다.
나이가 들면서 나는 세속적인 명예욕에서 벗어나 진리를 추구하며
사회를 위해 봉사하라는 것이 아버지의 뜻이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내가 어린 탓에 아버지가 많은 교훈이나 말씀을 남기지 않은 것이
오히려 "무언의 화두"가 되었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아버지가 자식에게 정을 표현하는 방법은 어머니와는 필경 달랐으리라.
그래서인지 언제부터인가 나의 심층심리에는 과묵하게 미소짓는 아버지의 상이 자리잡고 있다.
어려운 시련에 봉착할 때마다 나는 눈을 감고
" 般若波羅多心經"을 외우며 그러한 아버지와 대화를 나눈다.
사춘기란 의학적으로 보면 소년, 소녀기가 지나서 육체와 정신의 변화가 왕성하게 일어나는 시기라 하겠다.
이를 태면 하나의 성인으로 되기 위한 막바지 준비단계라 할 수 있다.
모든 사춘기의 사람들이 그러하겠지만 나도 무척 고독과 방황 속에서 이 시기를 지내온 것 같다.
험준한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에서 태어났던 나는 그 곳에서 자라났고 사춘기도 보냈다.
여름이면 두개의 강줄기가 맞닿은 합수터에 가서 헤엄을 치기도 하고,
몇몇 뜻이 맞는 친구들과 책을 들고 가서 모래밭에 누워 독서를 하기도 했었다.
이시가와 다꾸보꾸가 쓴 시를 암송하기도 했고, 어려운 문학서적을 읽는다고 땀을 빼기도 하였다.
북풍이 전깃줄을 스쳐가는 소리를 내는 겨울이면 나는 언제나 지붕 위에 오르는 연기를 사랑했다.
추운 겨울날 시골집의 굴뚝에서 오르는 연기야말로 얼마나 낭만을 주는 것인가!
참새들이 떼를 지어 날아가면 우리는 새떼를 쫓아 인가에서 떨어진 들판으로 나가곤 했다.
읍에서 떨어진 묵실까지 가면 다정했던 K의 하숙집이 있었다.
우리는 부푼 가슴과 미래에 대한 알 수 없는 운명을 두고 도취해보기도 했고
서로가 역시 알 수도 없는 제목을 놓고 밤새 토론을 해던 것이다.
달빛이 시골의 산과 벌판과 오솔길을 환하게 비춰주는 밤이면
우리는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여중학생을 두고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대개의 경우, 나의 동경의 여인은 얼굴이 해맑고 말이 적으며, 고독한 성격의 소유자가 아닌가 한다.
이를테면, "춘희"에 나오는 마르그리뜨 고체와 같기도 했고,
순애보에 나오는 여주인공 같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경우도 나의 눈 앞에 나타나지는 않았다.
보이지도 않는 그리움을 되씹었고, 그럴 적마다 나는 반드시 장래에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하곤 했다.
당시만 해도 학교 선생님들의 실력이 매우 높았고, 서울서 대학을 다니다가 휴학을 한 젊은 선생님들은
우리의 진로에 대해 정열적으로 설명해주시는 것이었다.
그 날로부터 4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고, 나는 제대로 이성을 사귀지 못한 채 인생의 고개를 넘으려고 하고 있다.
마음에는 있어도 부끄러워 표현을 못했던 것인데, 지금은 정신분석 치료자로서 자아를 표현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매사가 미지의 세계에 막연하기만 했던 인생길을
이제는 제법 도나 터진 사람처럼 남들에게도 처방을 내리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제7호> 무응답의 교훈 2000년 07월 25일
가르친다는 것은 말(言語)을 통해서 지식을 전달해준다는 뜻도 있지만,
인격을 통해 말을 하지 않는 가운데서 제자들의 훗날의 삶에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 가장 혼란되었던 6.25사변을 전후해서 다닌 고교시절을 잊을 수 가 없었다.
고교를 나와서 어느 학교를 진학해야 할 것인가,
무슨 전공을 택해야 할 것인지 하는 것도 문제려니와 그 시기에 있을 이성문제,
고독과 허무와 삶의 문제, 그리고 우정의 문제 등이
다각적인 문제로 등장하는 것이었다.
나는 밤늦게까지 사색에 잠기기도 했고 공부를 하다가
쉬는 시간이면 혼자 뜰에 나가 피어있는 꽃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그러나 혼자서 하는 사색이나 번뇌가 무슨 해답을 줄 리가 없었다.
명작 속에 나오는 심오한 사상이 나와 현실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도 아니었다
그럴 적이면 으례히 나는 당시 모든 학생의 존경을 받고 계셨던 R선생님을 찾았던 것이다.
"어느 대학을 가야만 할 것 같습니까?"
초조하게 물었던 것이지만 R선생님은 묵묵부답의 자세를 지키는 것이었다.
물론 학문이 무엇이며, 인간과 자연과 삶의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그렇게도 해박한 지식을 동원해서 설명해주셨건만
막상 개인의 앞날과 그 선태에 대해서만은 언제나 무응답이었다.
때로는 미소만 지으시면서 대답을 대신하시기도 하였다.
그 분은 결코 쫓기거나 허덕이거나 하는 편이 아니었고,
들리기로는 R선생이 종군을 하시면서도 포성을 들으며 영문학 서적들을 읽으셨던 모양이다.
그런데 그런 인생의 높은 통찰과 여유 있는 판단력을 지니셨던 터인데
어찌하여 제자의 일생을 좌우하는 갈 길에 무응답의 자세를 지키셨던 것인가?
나는 하는 수 없이 스스로 내 자신의 앞날을 선태하고 말았다.
의학을 공부해서 병들고 신음하고 괴로워하는 사람들의 곁에서 머물기로 작정했던 것이다.
인생의 길에는 화려한 직업을 선택해서 인생을 즐기면서 살 수도 있으리라,
남들이 부러워하는 좋은 길도 있을 수 있으리라,
그러나 나는 R선생의 '무응답'속에서 무엇인가 진리를 깨달은 듯 싶다.
그것은 화려하고 뽑내고 지배하고 즐기는 인생길이 아니라
어둡고 겸허하고 봉사하는 삶에서 위대한 보람이 있는것이라고.
나는 R선생의 그 부드러운 무응답의 태도에서
"그렇게 이기적으로 인생설계를 해서는 못써!"하는 꾸증을 하시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했고,
"인생은 계획대로 살아지는 것이 아니야!" 하는 말씀을 터득하기도 하였다.
혹은 선생의 무응답이
"누구도 한 인간의 앞날과 운명에 있어서의 길을 가르쳐 줄 수는 없단다."하는 말씀이 되는지도 모른다.
하여간 나는 내 자신의 결심에 따라 의사가 되었고 더우기나 영혼의 문제를 다루어야하는 정신과 의사가 되고 만 것이다.
문제는 직업만이 전부가 아니고 이 직업(Karama)을 통해서 한없는 노력과 봉사와 자아발견의 수련이 뒤따라야 하는 것이리라.
R 선생의 '무응답'의 교훈, 그것은 나의 일생에 있어서 삶의 좌우명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내 인생의 종말까지 가는 영원한 교훈이 되지도 모른다.
칼럼<21C,새로운 삶의 제안>중 발췌
<제8호> 애정 전선 이상있다. 2000년 07월 27일
현대사회에 들어오면서 인간 관계도 복잡해지고
인간의 행동양태가 변칙적으로되어 이로 인한 각종 일탈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여지껏 우리네 역사 속에 겪지 못했던 일들이 현대에 와서 많이 일어나고 있지만
남녀간에 애정문제는 그 질이나 내용에 있어 크나큰 변화를 겪고 있다.
사랑하는 방식이라든가 사랑을 표현하는 일은 물론
어떤 의미에서는 사랑이라는 개념 자체가 서양의 개념이 되어서
한국사회에서는 남녀간의 애정을 다루기가 힘이 든다.
필자는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애정문제를 둘러싼 각종 병리현상을 많이 다루어 왔다.
노이로제 진료실에서 혹은 가정법원에서 잘못되고 빗나간 사람들의 애정관계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고
치료하기도 하며, 때로는 이로 인한 불화관계를 조정하기도 한다.
고달픈 도시생활에서 생기는 욕구불만, 소외감, 죄악감, 불안 등과 더불어
건전한 애정관계를 저해하는 요인이 너무나 많은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얼마 전 지방의 어느 시에서 서울로 전근 온 어떤 착실한 은행원의 경우다.
그는 연애결혼을 하여 3남매를 둔 단란한 가정의 가장이었는데,
서울에 온 뒤부터 부인의 신경질, 감시, 질투망상이 심해져 견딜 수 없다며 호소해 왔다.
매일 저녁 7시까지 귀가하지 않으면 아내는 단식 투쟁을 하며 기구를 마구 부수고
급기야는 알뜰히 벌어다 준 돈으로 흥신소에 의뢰하여 남편의 뒷조사를 한다는 것이다.
마침내 부인의 유일한 취미는 탐정으로부터 남편의 행동에 대한 보고를 듣는 일이 되었다.
그의 아내가 노이로제 진료실에서 울먹이며 하는 말이
자기보다 나이가 두 살 아래인 남편이 학벌도 좋고 지위도 높아졌으니
서울같은 대도시에서 다른 멋쟁이 아가씨와 사랑에 안 빠질 리 없다는 것이다 .
괴테는 사랑은 주는 것이라고 했지만 현대 한국사회의 대다수의 주부들은 남편이라는 존재 전체를
자기 울타리 속에 소유하려고 하는데 이러한 병적인
강박이 필경 질투망상과 부정망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이제 말한 도시인의 부정망상은 애정 도착현상의 하나다.
사랑을 소유하려고 하기보다는 사랑을 주려고 하는 일종의 사랑주기 운동이 일어났으면 한다.
두번째로 많은 도시인들의 애정도착으로 역시 여성의 성불감증과 남성의 성불능증을 들 수 있다.
한 예를 들면 어떤 부서의 과장급으로 있는 남성의 경우다.
그는 외모가 훤칠하고 남성적으로 생겼으나 내성적인 성격이라
여성 앞에 가면 얼굴이 붉어지고 심장이 뛰는 증상이 있다.
늦게야 젊고 활달한 직장여성과 결혼했는데 갑자기 성적인 관계를 맺을 수 없게 되었다.
그가 안타깝게 하소연하기를 자신의 위치를 하부에 취하면 가능하나
정상위에 있으면 아내가 무서워져서 성불능증에 빠진다는 것이다.
부인이 이혼을 하기 위해 집안의 어떤 법조인을 만난다는 소문을 듣고 난 뒤
더욱 극심한 열등감, 불안감, 증오감 등이 착잡하게 쌓이게 되었고,
전적으로 성불능증에 빠지게 되어 필자의 진료실을 찾게 되었다.
현대 한국사회에서도 남성의 여성화와 여성의 남성화 경향이 점차 늘어가고 있는 듯한데
이것은 앞으로 우리 사회에 중대한 문제로 제기될 것 같다.
성불능증의 또 다른 예는 현직에 있는 어떤 교육자인데,
나이가 마흔이 넘는 탓도 있지만 부인과는 전적으로 관계를 가질 수 없었다.
그러나, 어쩌다가 서울 영역을 벗어나 부인이 무슨 여성단체의 간부로 가입하고
난 뒤에 급격히 악회되어, 매사에 의욕을 잃게 되고 마침내 우울정신병에 걸리게 되었다고 한다.
세번째 도시인의 애정도착증으로 요즈음 한국사회에서 늘어가는 동성애 현상을 들 수 있다.
이 현상은 앞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병적 애정 윤리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모두 서로 사랑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어 자녀들에게 따뜻한 애정을 주려고 노력하며,
사업도 하고 공부도 한다고 볼 수 있을 터인데 어쩐 일인지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부부간의 애정문제를 심히 위협하는 분위기들이 조성되고 있는 듯하다.
정신분석학에서 보면, 남녀간의 성적인 관계가 완전히 성숙될 때 그들의 인격도 성장하며
이러한 정상적인 애정의 주고 받음이 가능할 때 정신건강도 유지된다.
그런데 여성과 남성이 각기 그들의 고유한 역할을 잃어버리고 여성은 남성을 ,
남성은 여성을 동경하고 남의 영역을 침범하려는 움직임이 싹트기도 하고
자신의 성적인 역할에 불만을 품고 이를 거부하기도 하는 가운데
각종 애정의 도착현상이 오게 되는 것이다.
현대인은 고독하다고 한다.
현대인이 고독한것은 그 마음 속에 사랑을 잃었기 때문이다.
사랑이 없는 인생은 문자 그대로 불모의 인생이다.
그러나, 사랑은 건강하고 정상적이어야 한다.
비뚤어진사랑은 병일망정 결코 사랑은 아니다.
비뚤어진 사랑을 가진 사람은 이 사회의 기풍을 흐리게 하고
무너뜨려 참다운 사랑의 의미를 찾을 길이 없게 만든다.
게다가 새디즘과 매조키즘의 병적인 현상도 마찬가지의 도착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런 현상들은 모두 도시문명이 빚어낸 애정의 도착현상이다.
마음에 균형을 잃고 절도를 벗어나게 되어,
정상적인 섹스에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과도한 자극이나
그로테스크한 흥분을 구하다 보면 이같은 중상에 은연중에 휘말리게 된다 .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병리적인 분위기 때문에
오늘날 한국의 남녀들은 점차 불행한 상태에 빠져들어가고 있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정확한 통찰에 의한 계몽운동과
애정을 저해하는 요인들에 대한 예방조치가 있어야 한다.
또 남녀의 애정문제를 다루는 전문가로 구성된 상담소가 여기저기 설치되어 기능을 발휘해야 한다.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꿈은 부풀어 멀리 뭉실 구름 위에 미래의 설계를 해보는 것이었다.
이 때 읽었던 보들레르의 산문시는 정말 감명 깊었다.
그 중 특히 '구름'이란 제목의 글은 짧았지만
당시의 나의 마음 속에 인생의 여유를 주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졸업반이 되어 대학입시 공부에 열중했으나 틈이 나면 나는 투르게네프의 산문시를 읽었다.
영어와 일어로 번역된 책이었는데 어느쪽이나 통찰을 주었다.
특히 알프스와 쉬펭그라의 산봉우리들의 대화는 인간의 왜소함을 말해주는 듯했다.
인간이 지나치게 교만해지고 자기중심적이 되었고,
마침내 자기중심주의 (Egoism)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음을
저자(著者)는 일깨워 주는 듯 싶었다.
그리고 고교시절에 가장 통쾌하게 읽었던 것은 역시 니이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이라는 책으로 기억된다.
일어로 번역된 책을 읽었던 것인데, 나는 니이체 속에서 인간이 가진 위선을 깨달을 수가 있었고,
묘한 영웅주의 비슷한 통쾌감을 느낄 수도 있었다.
이러한 니이체의 투쟁적인 고발정신보다는 각도가 다르지만 위고의 「레미제라블」도 상당한 영향을 주었던 것 같다.
감옥에서 나아서 촛대를 훔친 장발장을 관대히 용서했고,
뿐만 아니라 너그리움과 사랑을 가지고 대해준 미리엘 사교(司敎)의 태도에서 나는 높고 고상하기까지 한 무엇을 경험할 수가 있었다.
고상함이란 무엇인가?
니이체가 위선이라고 해서 아무리 공격하고 고발했지만
그래도 어딘가 설명되지 않는 부분, 그 부분 속에 나는
인간의 높은 어떤 신성성을 찾을 수도 있었다.
어쨌든 「레미제라블」은 가난과 억압과
부정의와 청춘을 다룬 작품이었지만 그 모든 것 속에 맥맥히 흐르는 사랑의 정신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이다.
세월이 흘러서 나는 어느덧 의과대학의 예과에 입학이 되었고,
고된 공부 때문에 독서 할 틈을 가지기가 어려웠었다.
영어시간에 배우는 토마스하디의 「테스」는 영국의 목가적인 푸른 동산을 그려주었고,
가난하지만 마음씨 고운 테스의 운명을 그려주었다.
인간은 어쩔 도리 없이 자신의 의지나 결단과는 관계없이
내리 닥치는 운명의 장난 앞에 얼마나 무력한가를 이 작품 속에서 보게 된다.
예과( 豫科 )시절 우연히 정신분석의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드에 접하게 되었고,
그의 냉철한 관찰력에 경탄을 보냈던 것이다.
겨울 방학 때는 그의 「성욕론」과 영어로 된 「프로이드론」(문예출판,「프로이드 심리학」 )의 저서를 들고 합천 해인사를 방문했던 것이고, 그로 해서 열심히 번역을 해보기도 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인생과 우주와 진리에 대한 불타는 정열이 있었던 것으로
밤이 새도록 이 위대한 분석의사의 논술과 대화를 했던 셈이다.
니이체의 작품이 무엇인가 통쾌한 독설로 엮어졌다고 하면
프로이드의 논술은 매우 차분하고 조용한 가운데 인간의 궁극적인 측면을 정리해 주는 것으로
나는 생각했다.
어쨌던 이것이 인연이 되어 나는 그후 30여년이 흐른 오늘날
하나의 정신분석을 전공하는 정신과의사가 되었고, 프로이드가 걸었던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 셈이다.
인간의 심층심리의 깊숙한 곳에 숨은 여러가지 현상을 나는 보고 있으며,
탐구하는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무엇을 위해 그토록 열중하고 추구하는것인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인가?
그리고 삶의 가장 고귀하고 보람있는 형태란 무엇인가?
나는 프로이드가 이룩한 길을 헤치며 따라 왔다고 할 수가 있지 않을까 한다.
프로이드의 「성욕설」을 포함해서 기본적인 분석이론은 20세기에 들어와서
그의 제자들에 의해 많은 수정을 겪기도 했다.
가령 스위스의 칼 융은 「영혼을 찾고 있는 현대인」에서 프로이드와는 약간 다른 논술을 전개했다.
즉 융에 의하면 인간의 무의식은 프로이드가 말한 것 같이
그렇게 반사회적이고 비도덕적이며 비창조적인 내용으로 가득차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무의식 속에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옛 이야기와 전설과 설화와
이들 속에 묻어오는 집단무의식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으로
매우 신화적이고 예술적이며 창조적인 것이라고 결론짓고 있다.
융 외에도 아들러나 기타 미국에 건너 갔던
이른바 문화학파의 분석학자들이 좋은 저서를 많이 남기고 있는 것이다 .
가령 K. 호나이의 「정신분석의 새로운 길」등이나
에리히프롬의 작품들은 현대를 이해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좋은 지침서가 아닌가 생각되었다.
특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자신을 위한 인간」「정신분석과 종교」등이
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놀라운 지성과 통찰력을 일깨워 주는 작품이 아니었나 한다.
언젠가 쇼펜하우어는 책을 읽으면 남들의 얘기만 듣는 결과가 되어,
자신의 창조성이 없어지고 만다고 역설적으로 주장했다.
그러나 사람은 아무리 해도 수천 년 간의 역사 속에 다녀간 많은 선현들의 말씀을 듣는 게 옳고,
그들 말씀을 통해서 자신을 비추어 봄이 좋다.
진정한 자기의 느낌과 자아의 통합과 자기의 창조적 자유의 세계는
그런 많은 선현들의 말씀들이 쌓여서 썩고 발효된 연후에 펼쳐지게 되는 것이 아닌가?
과연 어떤 책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받았으며
어떤 작가의 말씀을 삶의 지표로 삼았는지 잘 기억은 안되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들 모든 작품들 속에 맥맥히 흐르는 정신 즉 휴머니즘과 자연과 우주에의 겸허한 노력 속에 나의 삶의 좌우명을 찾았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제10호> 신에의 고뇌 2000년 08월 01일
"하나님은 정말 계시는 것일까?"
나는 6.25의 포성이 멎은 서울의 일우(一隅)에서 의과대학을 다니면서 생각해 보았다.
매일 아침의 대학 채플(기도회)시강에는 불참하는 악동(?) 들을 가려내기 위해 출석을 부르는 것이었고,
그럴 적마다 나의 이름에는 한사코(?) 결석으로 적히는 것이었다.
대학에 무슨 귀한 손님이 오셔서 채플시간이 임박해지거나 하면,
학장님은 항시 상습적인 결석자의 명단만 서너명 호명하는 것이었고,
그럴적에는 빠짐없이 나의 이름 석자가 올라가곤 하였다.
말하자면 나의 대학시절의 스승님들은 '구제할 수 없는 불신자'로서 나를 점찍어 놓았던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바쁜 학창생활에도 틈만 나면 '하나님'의 문제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하나님! 나와 같은 학생이야말로 하나님이 필요로 하는 인간이 아니오니까?
왜 나에게 문을 닫고 계시나이까?"하고 안타까와 하기도 하였다.
구라다모모소(倉田百三)의 「사랑과 인식의 출발 - 愛と認識の出發 」이나 「출가승과 그의 제자 - 出家と その弟子」등은
물론 불교적인 냄새가 나는 내용이었지만, 나는 그 속에서
인간과 우주와 진리의 문제를 탐구하고 나름대로 해답을 찾기도 하였다.
그러면 하나님은 왜 나에게 문을 닫고 계셨을까?
또는 반대로 나는 왜 하나님의 곁으로 가려고 하지를 못했던 것인가?
남들이 다 하나님 곁으로 가려고 하지를 못했던 것인가?
남들이 다 하나님 곁에 가까이 있고자 하기 때문에 나는 뒷전에 앉아 있어야 하기 때문인가?
내가 배우고 연구한 정신분석학(Psycho-analysis)에서 인간을 하나의 법칙인 생물학적 존재로 보기 때문에 하나님을 부정했던 것인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일에 열중하다가 틈이 나는 순간이면 나는 언제나 우주의 진리와 창조의 문제를 두고 고뇌하게 되었다.
폴 틸리히 (Paul Tillich)가 쓴 여러 저서들은 매우 감명을 주었던 것이다.
그의 논리를 빌리면, 인간의 '궁극적인 관심'이 바로 신앙의 세계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어떤 학자는 인간이 이성적으로 도달될 수 있는 한계선
그밖의 세계에서 하나님은 메시지를 주시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간이 도달할 수 없는 곳에서 하나님은 우리에게 손짓하고 계시는 것인지 모른다.
문제는 무엇인가?
소리를 들을 능력이 없거나 귀가 막혀있기 때문인 것인가?
오직 자기만의 일에 열중하면서 그 속에서 만족과 환희를 찾는 배타성 때문인가?
아니면 자신이 날 적부터 부족한 줄 모르고 충족된 존재로 규정하면서
구도적인 정신이 결여된 때문인 것인가?
어떤 경위로 그런지는 알 수가 없지만 이 날 이 순간까지도
나와 하나님은 밀착된 관계를 갖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나의 존재의미를 발견하고 해야할 일을 찾으면서 앞으로의 과제는
하나님의 뜻을 찾는데 열중해야 할 일이 아닌가 한다.
이렇게 보면, 하나님은 간절히 필요로 하는 사람에겐 문을 여시는 것이 틀림없다.
<제11호> 이것이 '나'올시다. 2000년 08월 05일
의사도 전문하는 과에 따라 환자를 보는 방식과 자세가 달라진다.
정신의학은 다른 의학의 분야와는 달리 치료시간의 대부분을 '듣는 것'으로 보내게 된다.
"자살을 하고야 말겠다."는 사람, "남북통일이 되는 것을 보고서야 결혼하겠다"는 사람,
공연히 자신의 얼굴이 보기 싫어졌다."고 투덜거리는 청년 그리고 심한 경우에는 "목이 기린처럼 길어져 간다"고 재어달라는 학생서부터
"간이 간지럽다"고 하는 부인에 이르기까지 천태만상의 얘기들을 그나마 묵묵히 진지하게 들어줘야 한다.
나는 괴롭고 외로운 가운데 절규하는 소리들을 듣다가 피로하게 되면
언제나 진찰실 문을 나선다. 화려한 꽃이 피어 있는 정원이나, 생기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호텔 로비나 아무도 없는 시골길을 걸어보기도 한다.
그러나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된다는강박관념은 어느덧 나를 다른 종류의 일거리를 잡게 만든다.
새로 나온 감명깊은 원서를 번역하기도 하고 밀렸던 원고를 내려갈겨도 본다.
가정법원에서 겪은 케이스들을 정리하며, 이것이 가진 정신의학적인 의미를 찾아보곤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내가 해야한다고 믿는 점은 무엇인가?
의사로서 환자를 보고 고쳐줘야 한다는 직업적인 의무감이 있는가 하면 그 외의 알 수 없는 과제가 나를 지배하기도 한다.
그것은 어쩌면 민족이라 해도 좋고 통일이나 사랑이라 해도 될 일종의 묘한 과제인 것이다.
나는 십여 년 전에 국토통일원의 요청으로 「김일성의 정신분석」을 해본 일이 있다.
같은 핏줄을 나눈 동포요, 형제의 한 사람인데 어쩌면 그렇게도 잔학하고 무자비할 수가 있는가?
우리는 피를 흘리지 않으면서 민주적인 바탕의 통일을 이룩할 수는 없는 것인가?
물론 쉬운 일도 아니며 성급하게 재촉할 일도 못된다.
일찌기 청운(靑雲)의 뜻을 품고 밤새워 공부도 해보았고
인간의 생명을 건지는 보람있는 일이라고 의학을 공부해 왔던 나!
나는 지금 항상 대하고 마침내 만났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로 부터
과연 얼마만큼의 존경을 받고 있는 것일까?
과연 하나의 생명은 우주와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인가? 하는 생각에 잠기곤 한다.
그러나 가장 귀중한 것은 무엇인가?
내가 간절히 바랐던 일은 무엇인가?
그것은 결국 내 자신이 아니라 보다 많은 사람, 보다 가련한 사람,
보다 절망 속에 헤매는 사람들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
그래서 인간 문제를 이해하는 의사가 되었고 인간을 둘러싼 사회의 문제를 궁명(窮明)코자 했던 것이다.
종교와 정치와 국제관계 등을 살펴보았고 민족의 전통성을 찾는다고
원효, 퇴계, 율곡선생과의 대화(?)를 나누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공부나 연구라는 게 원래 시작도 없으며 끝도 없는 일이 아니던가?
처음도 없고 끝도 없으며 열망도 성취도 없고 마침내는
나도 우주도 없는 것인데 나는 아직도 매사를 '있다'고만 믿고 '된다'고만 주장하면서 멧돼지처럼 돌진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불혹(不惑)의 나이를 넘은 지도 십여 년이 지났고
전공도 이미 정해진 지 오래건만 나의 심층심리 한 구석에는 아직도 야릇한 방황이 남아있는 것이다.
이 방황은 나의 삶에 있어 언제나 중단될 수 없는 정열로써 표현되기도 하며
하나의 의사로서 정형화(定型化)되는 것을 부단히 거부하는 원동력으로 나타나기도 하는 것이다.
나의 조그마한 진찰실을 찾아와 온갖 인간적인 고뇌를 털어 놓는 사람들,
진찰실 밖에서 전개되는 사회병리 (Social Pathology)라는 이름의 불행한 현상들, 그리고 멀리는 3․8선 너머 인간 생지옥에서 학대받으며 사는 사람들을 위해서
도대체 나는 무엇이 되었다고 느끼기도 하지만 아직도 나는 '되어버린 것'이 받아들이지 않은 채 '되어가는 일'에 더욱 열중하면서 살아가도 있는 것이다.
<불교와 깨달음> 중 발췌
가까이서 본 백박사님 1
박사님과 인연을 맺은지 3년..
중국에 모택동이 그랬던가 의사는 3종류가 있다고 먼저 소의, 병을 고치는 이...
그리고 중의, 사람을 고치는 이,,, 마지막 대의는 나라를 고치는 이.
그렇다면 정신과 의사란 어떤 분이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두고서 모두들 사람을 고쳐야 하는 이라고 말 할 것입니다.
그러나 에리히 프롬이 말했듯이
환자가 아무리 건강하게 회복이 되었다해도 병든 사회로 나간다면 다시 병이든다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박사님께서는 사회를 치료하는 대의로써의 길을 걸어오셨다고 얼마간 옆에서 지켜본 저지만 서슴없이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또한 민족을 사랑하시고 통일에 대한 강한 의지도 가지고 계십니다.
진정한 대의로서, 민족을 사랑하시는 애국자의 모습을 항상 본받고 싶으며 건강한 사회를 만드시려는 박사님의 뜻이 꼭 성취되길 기원합니다.
<제12호> 테스의 후예 2000년 08월 07일
여성의 과거는 불행과 재앙의 불씨가 되는 예가 많다.
과거 때문에 남편으로부터 쫓겨난 여인도 많지만, 남편은 가만히 있는데도
여성 혼자서 불행의 함정을 파고 들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K여인은 학사 주부다.
그녀는 대학시절 B라는 남성을 사귀게 되었는데 두 사람은 열렬히 사랑했고
함께 밤을 보내며 정열을 불태운 날도 많았다.
그 때는 분명 두 사람의 애정을 철석처럼 변하지 않으리라 믿었고 대학만 마치면 틀림없이 결혼에 골인할 것으로 확신했다.
그래서 K여인은 순결을 바치는데 별로 주저하지 않았고 죄의식도 없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첫사랑이 실패로 끝나듯 그들도 몇 달이 못 가서 에어졌고
그 당시는 죽으니 사느니 울부짖던 K여인도 해가 바뀌자 어느덧 그 일을 잊고 C라는 남성과 결혼을 하게 되었다.
K여인은 임신을 했다.
"나는 혹시 성병에 걸린 것이 아닐까?"
그녀는 뱃 속에 꼼지락거리는 새 생명을 의식할 때마다 이런 걱정을 하게 되었다.
B와의 관계를 할 때 성병이 옮겨졌을지 모르고 그 성병이 뱃 속의 아이에게 전염되어
아기가 저능아나 장님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만 하며 나날을 보냈다.
그러나 다행히 아이를 낳고 보니 건강했다.
그런데 성병 공포증이 없어지자 이번에는 색다른 걱정이 또 머리를 쳐들었다.
"혹시 남편이 나와 B와의 과거를 알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미 다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척하고 있지나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남편의 눈치를 보니 남편이 그 과거를 틀림없이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남편은 전혀 모르고 있었지만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격으로 아내의 망상은 깊어만 갔다.
조금 더 시일이 지나자 이번에는 또 다른 생각이 그녀를 괴롭혔다.
"나같은 더러운 여자 대신 다른 여인과 좋아 지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마침내 의부증에 빠진 K여인은 초조하고 불안해서 온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고
나중에는 남편의 얼굴만 보아도 박박 할퀴어 주고 싶을 만큼 증오감이 들었다.
K여인의 케이스는 특수한 사례가 아니다.
자신의 과거를 자기 스스로 용서하지 못하는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이러한 죄책감을 상대방에게 전가시키기 위해
남편이 틀림없이 지금 부정를 저지르고 있다고 믿는다.
이쯤 되면 부부간의 애정에는 이미 적신호가 온 셈이다.
부정망상으로 고민하던 K여인은 남편에게 복수해야겠다며 엉뚱한 남성과 간통을 했고
이 간통사건 때문에 결국은 이혼을 하고 말았다.
오늘날처럼 성도덕이 문란해진 시대에는 과거를 지닌 여성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장래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 미혼여성은 순결을 결혼초까지 지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면 이미 순결을 잃고 나서 다른 사람과 결혼한 여성들은 어떻게 해야될까?
실존분석학자인 롤로 메이 박사가 갈파했듯이 자신의 과거를 불안과 공포의 개념으로부터 수정할 줄 알아야 한다.
과거의 실수를 교훈으로 잡아 철저한 애정관을 세운다면
그러한 과거가 없는 여성보다 과거가 있었던 여성이 오히려 건강하고 지혜로운 여성이 될 수 있다.
과거를 과거의 실수 그대로 놓아두지 말고 그 때의 실수가 왜 가능했는지 철저히 분석하여
다시는 그러한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결심을 굳힌 뒤 자신의 과거를 스스로 용서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또한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상대방의 과거까지도 너그럽게 용서할 줄 아는 마음을 갖는 자세가 진정한 사랑의 출발점이 되리라고 본다.
<제13호> 자유에의 길 2000년 08월 10일
하늘높이 날고 싶은 노고지리의 꿈
이 지구상의 온 인간이 가장 간절하게 바라는 꿈은 아마도 하늘 높이 나는 것이리라.
보기 싫은 사람의 얼굴도 , 답답한 현실도 그리고 무수한 생의 조절감도 다 잊어버리고
하늘 높이 날수 있다면 인간은 무한히 행복하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인간은 하늘을 날수 있는 날개를 받지 못했고,
때문에 한곳에 발을 딛고 선 채 무한한 정신의 비행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꿈이요, 사랑이요 천국의 신화가 아닐까?
『 자유론(自由論)』을 쓴J.S.밀은 연상인 유부녀를 사랑했고
그의 남편이 죽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결혼했으나, 너무나 사랑했기 때문에 부부생활을 하지 못했고,
그후 그녀마저 사망하자 그녀의 묘소 옆에 움막을 짓고 남은 생을 보냈던 것이다.
밀의 현실생활에서 이룩할 수 없었던 수많은 좌절감은 마침내 『 자유론(自由論)』이란 명작을 남겼던 것이다.
날개가 없는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은 무한한 자유를 갈구하게 되었고
이것이 역설적이게도 문명과 역사의 기타 수많은 아름다운 예술을 낳게 되는것이다.
인간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것은 비단 날개가 없다는 것 뿐이다.
21세기의 문명과 조직생활 그 자체가 나를 부자유스럽게 만들고 있다.
조직의 법칙에 맞지 않는 어떠한 일도 할 수 없고 웃사람의 뜻에 맞지 않는 행동이나 발언을 할 수 없으며,
타인이 나에게 기대하는 것이 이의의 일은 행할 수 있는 자유가 없다.
이것은 이른바 현대 조직인간(Oganizaition Man) 이 갖는 숙명적 현상이리라.
조직과 규율과 타인의 이목 때문에 진실로 자신이 바라는 일을 할 수가 없게 되고, 본의 아닌 웃음을 웃어야 하고,
때로는 슬픈 표정을 지어야 하며 명령에는 절대 복종한다는 인상마져 주어야 한다.
이렇게 인간이 현실을 살아가면서 오는 부자유는 누구나 느끼고 있는 형태에 속한다.
그러나 인간의 부자유는 근본적으로는 인간의 육체 그 자체에도 있다.남들처럼 얼굴이 아름답게 태어나지 못했다는 것 때문에 한없이 울어야 한다.
코를 높이고 , 쌍꺼풀수술을 한다손 치더라도 마음이 편할 리 없는 게 사실이다.
특히 여성의 경우 매달 찾아오는 행사도 역시 부자유를 준다.
자신의 뜻으로는 어쩔도리가 없이 그 일을 겪어야 하고,
꿈과낭만의 생활을 하다가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을 반복적으로 실감하게 되는것이다.
여자로 태어난 것을 후회하기도 하고, 차라리 여성의 역할을 거부하며,
반발을 하고 아무리 몸부림을 펴 본다고 해도 어쩔 도리가 없는게 아닌가.
이렇게 볼 때 생 그 자체가 부자유를 잉태하고 있다고 해도 잘못이 없을 것이다.
영원한 자유로움은 영원한 창조의 생에
인간이 숙명과 여러가지의, 부자유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거기에는 아무런 발전도, 꿈도, 창조도 없다.
자유롭지 못한 생 그 자체 때문에 자유롭게 되기를 바라고,
자유를 위해 분투하는 곳에 생의 묘미가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마냥 자유롭기만을 바라고 그런 바람 속에 살아갈 수가 있는가?
그것은 마침내 환상과 노이로제의 세계로 인도라고 말 것이다.
건강한 자유의 조건은 무엇인가?
첫째로 자유를 추구하되, 현실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점일 것이다.
자유를 추구하다가 속박당하고, 갈구하다가 고뇌를 당하면서,
자아를 잊어버렸다가 다시금 찾는...이런 순환의 생(Life of Circulation)이 긴요하리라.
건강한 자유의 두번 째 조건은 무엇일까?
그것은 나의 자유가 너의 자유를 방해하지 않는 다는 점이다.
내가 성취하기 위해 너의 길을 가로막거나, 내가 행복하기 위해 너의 불행을 재촉하거나,
나의 얽매인 감정을 배설시키기 위해 남의 기분을 손상시킨다면 이것은 건강한 자유가 아니다.
건강한 자유는 너와 나의 공동의 자유를 찾는 곳에 있는 것이다.
건강한 자유의 세번째 조건은 무엇인가?
그것은 자유를 쟁취하는 방향이 창조적인 생에 있다.
자유롭고 싶어서 행하는 행동이 타락, 죽음의 삶으로 이어진다면
그것은 진정 죽음의 삶으로 이어진다면 그것은 진정하게 바라는 자유가 아님은 물론이다.
따라서 영원한 자유는 영원한 창조의 생에 있는 게 아닐까?
일찌기 프롬은 아담과 이브가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않고 무화과를 따먹은 행위를 인간 승리의 행위였다고 찬양했다.
남들의 말에 복종만 하고, 조직의 명령에 따르기만 하는 자동적 인간(Automanic Man)에게는 생명이 없고, 환희가 없다. 자유가 박탈된 채 다만 생존을 연속하고 있을 뿐이라 해도 된다.
이렇게 볼 때 인간의 참다운 생의 환희는 자유에 있고.
이 자유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신이 선택하라는 데 있다.
어쩔 도리 없는 현실의 얽매임 속에서도 자기의 세계를 창조하고,
그 속에서나마 노고지리의 날개를 달고 하늘 높이 날아야 하는 것이다.
무한한 꿈을 가지고 그 생을 실현시키기 위해 무한한 추구를 하고, 그런 삶을 해나가는 과정 그것이 바로 자유의 생이라 할 수 있다.
이 자유는 사회적, 국가적, 조직적, 현실적 그리고 육체적 속박으로부터 도피하는 자유가 아니라,
이 지구상에 온 자아가 반드시 이룩해야 할 어떤 목표를 세우고 그곳을 향해 무한히 비상하는 그런 자유를 말하는 것이다.
도피하는 자유가 아니라, 향하는 자유라고 프롬은 갈파하였다.
그러나 크나 큰 사명감의 생, 그것이 곧 향하는 자유라고 말하고 싶다.
가장 큰 속박 즉 사명감을 향해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이 가장 큰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제16호> 신학적 입장에서 본 구원이란 무엇인가?(3) 2000년 08월 14일
Ⅳ. 구원을 얻는 길
사도 바울은 율법의 준수를 통해서 구원을 얻으려다 실패를 했다.
그의 증언에 의하면 '법은 우리에게 구원을 줄 아무 능력과 힘이 없다.
오로지 법은 인간이 얼마나 죄인이라는 것을 밝혀주고 율법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죄인임을 인식시켜주고 율법을 어기면 얼마나 고통 당하는가를 일깨워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바울은 율법은 필요하지만 율법의 한계성을 주장하고 있다.
바울은 인간이 아무리 법을 준수하고 하나님 앞에 완벽한 인간이 되려고 노력하지만 완전한 수준에 아무도 도달할 수 없음을 체험하였고
마틴 루터도 수도원에서 금욕주의의 생활을 했지만 하나님의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처럼 법이 인간을 구원할 수 없는 것을 하나님은 인간을 너무 사랑하고 은혜를 베풀어서
죄인을 의인으로 인정하고 "오직 믿음으로만" 구원을 해 주는 것이다.
인간의 노력이나 법으로는 완전한 인간이 될 수 없지만 하나님께서 인간을 용서하고 은혜를 베풀면 구원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바울은 로마서 2장 23절에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다'고 말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교황이나 교황청 청소부나 하나님 앞에서 똑같이 죄를 범하였다는 데서
죄의 평등권 사상이 나오고 여기서 민주주의 사상이 나오게 되었다.
서양 민주주의 사상이 두 가지 기초로 나뉘는데 하나는 소극적 의미로 '모든 인간은 죄를 범하였다'는 점에서 평등하고 적극적 의미로는
'인간은 남녀 모두 하나님의 형상으로 선하게 창조되었다'는 데서 평등사상이 나온다.
동전에 앙면성이 있듯이 인간에게도 양면성이 있기 때문에 선한 면과 악한 면을 모든 사람에게 적용했는데
여기서 바울은 유대인의 선민사상을 맹렬히 공격했다.
하나님 앞에선 모두 평등하게 죄인이기 때문에 이방인을 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그 결과 기독교가 세계적인 종교가 될 수 있었다.
구원을 얻는다는 것은 우리가 의인이 되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그 죄를 탓하지 않으시고
의인과 똑같이 대해줌으로써 인간은 그 은혜에 감사해서 뉘우치게 되고
깨달음을 통해 새 사람이 되는 것이다.
전통적인 교리에서는 개인의 구원을 강조했지만 사회과학의 도구로
다시 조명을 해보면 개인을 초월해서 사회구조에서 악이 생기는 것을 알 수 있다.
막스 베버는 구원을 사회계급과 연관시켜 설명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상류계층은 권력이나 재물 등의 모든
욕망을 충족했으므로 구원의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않는 반면에
하층계급은 고통과 상처의 박탈감이 있기 때문에 구원을 촉구하는 운동을 벌린다고 한다.
칼 마르크스는 기독교가 억압당한 계층을 위로할 수는 있지만 고통의 원인을 제거하지 못하고 진통제만 주듯이
증상을 없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실패했고 기독교는 아편과 같다고 말했다.
이에 20세기 기독교 사회윤리학자들은 사회구조을 개혁해서 사회죄(Social sin)를 제거 할 수 있고
사회구원(Social salvation)을 할 수 있다고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구원의 삶이란 자기중심의 생활에서 벗어나서 하나님 중심의 생활로 돌아가
하나님과 일치, 화해, 평화(Shalom)를 이루는 것이다.
평화의 삶은 몸과 마음이 일치되어 분열이나 갈등이 없고 자기가 자신으로부터 화해하고,
더 나아가 이웃, 자연, 우주, 하나님과 화해하는 것이다.
<제16호> 신학적 입장에서 본 구원이란 무엇인가?(3) 2000년 08월 14일
Ⅳ. 구원을 얻는 길
사도 바울은 율법의 준수를 통해서 구원을 얻으려다 실패를 했다.
그의 증언에 의하면 '법은 우리에게 구원을 줄 아무 능력과 힘이 없다.
오로지 법은 인간이 얼마나 죄인이라는 것을 밝혀주고 율법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죄인임을 인식시켜주고 율법을 어기면 얼마나 고통 당하는가를 일깨워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바울은 율법은 필요하지만 율법의 한계성을 주장하고 있다.
바울은 인간이 아무리 법을 준수하고 하나님 앞에 완벽한 인간이 되려고 노력하지만 완전한 수준에 아무도 도달할 수 없음을 체험하였고
마틴 루터도 수도원에서 금욕주의의 생활을 했지만 하나님의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처럼 법이 인간을 구원할 수 없는 것을 하나님은 인간을 너무 사랑하고 은혜를 베풀어서
죄인을 의인으로 인정하고 "오직 믿음으로만" 구원을 해 주는 것이다.
인간의 노력이나 법으로는 완전한 인간이 될 수 없지만 하나님께서 인간을 용서하고 은혜를 베풀면 구원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바울은 로마서 2장 23절에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다'고 말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교황이나 교황청 청소부나 하나님 앞에서 똑같이 죄를 범하였다는 데서
죄의 평등권 사상이 나오고 여기서 민주주의 사상이 나오게 되었다.
서양 민주주의 사상이 두 가지 기초로 나뉘는데 하나는 소극적 의미로 '모든 인간은 죄를 범하였다'는 점에서 평등하고 적극적 의미로는
'인간은 남녀 모두 하나님의 형상으로 선하게 창조되었다'는 데서 평등사상이 나온다.
동전에 앙면성이 있듯이 인간에게도 양면성이 있기 때문에 선한 면과 악한 면을 모든 사람에게 적용했는데
여기서 바울은 유대인의 선민사상을 맹렬히 공격했다.
하나님 앞에선 모두 평등하게 죄인이기 때문에 이방인을 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그 결과 기독교가 세계적인 종교가 될 수 있었다.
구원을 얻는다는 것은 우리가 의인이 되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그 죄를 탓하지 않으시고
의인과 똑같이 대해줌으로써 인간은 그 은혜에 감사해서 뉘우치게 되고
깨달음을 통해 새 사람이 되는 것이다.
전통적인 교리에서는 개인의 구원을 강조했지만 사회과학의 도구로
다시 조명을 해보면 개인을 초월해서 사회구조에서 악이 생기는 것을 알 수 있다.
막스 베버는 구원을 사회계급과 연관시켜 설명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상류계층은 권력이나 재물 등의 모든
욕망을 충족했으므로 구원의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않는 반면에
하층계급은 고통과 상처의 박탈감이 있기 때문에 구원을 촉구하는 운동을 벌린다고 한다.
칼 마르크스는 기독교가 억압당한 계층을 위로할 수는 있지만 고통의 원인을 제거하지 못하고 진통제만 주듯이
증상을 없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실패했고 기독교는 아편과 같다고 말했다.
이에 20세기 기독교 사회윤리학자들은 사회구조을 개혁해서 사회죄(Social sin)를 제거 할 수 있고
사회구원(Social salvation)을 할 수 있다고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구원의 삶이란 자기중심의 생활에서 벗어나서 하나님 중심의 생활로 돌아가
하나님과 일치, 화해, 평화(Shalom)를 이루는 것이다.
평화의 삶은 몸과 마음이 일치되어 분열이나 갈등이 없고 자기가 자신으로부터 화해하고,
더 나아가 이웃, 자연, 우주, 하나님과 화해하는 것이다.
제18호> 들귀신 이야기 (2) 2000년 08월 17일
겸손이란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19세기의 철인 나이체의 말처럼,
가장 큰 겸손은 교만으로 통한다고 했기 때문에 요즘 세상에는 오만해서도
못 쓰지만 너무 겸손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신(神) 같이 오만하지 말자!
그리고 들귀신처럼 너무 겸손해 하지도 말자!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언제 들귀신이 겸손하다고 했더냐?
가만히 있는 그를 놓고 내가 그렇게 말했으니 이 또한
나의 교만한 자아중심적인 사고의 투사가 아닐까?
내가 육십고개를 향해가는 자신을 들귀신에 갖다 붙인데 대에는
내 직업이 어떻다거나 교만한 나의 마음에 제동을 걸어주는 겸손함을 들귀신이 가졌기 때문인데.
따지고 보면 이들 이유 때문만도 아니다. 내가 부모님 뱃속에서 어떤 연유의 조화인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의식이 들기 시작하면서
나는 유치하나마 자아를 알게 되었고 제법 '꿈'이니 '이상'이니 하면서 열중해 보기도 했다
때로는 내가 남에게 질소냐 하는 오기에서 다람쥐 뛰듯 움직여 보기도 했다.
그런데 …… 이 놈의 오십고개를 넘고나니 집에는 아내란 존재가 애들을 품에 안고 있으며
이웃에는 대중이 있다. 멀리 저 너머에는 분단된 조국이 있고 , 그리고 별로 돈을 가지지도 못한 터에 아우성 치는 환자들이 있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싹트는 것인데 나는 언제부터인가 '… 를 위해서'란 말을 쓰는 버릇이 생겼던 것이다.
나도 모르게 '…을 위해서'의 콤플렉스에 싸여서 지내노라면 어느덧 과대망상과도 같은 소명의식이 드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 스스로가 만든 관념의 유희 속에 휘말려 드는 것이다.
나중에는 누가 누구인지 무엇하러 태어났는지 조차알 도리 없이 모순의 틈바구니를 개미 쳇바퀴 돌듯이 돌아가게 된다.
차라리 들귀신의 신세가 되자!
공연히 있지도 않는 의미를 자신에게 붙여서 의미와 의식과 관념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나는 이 하찮은 들귀신에게 교훈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들귀신은 존재했건 안했건, 인간들에게 어떤 역할을 했건 안했건,
유일신이나 부처님과 비교해서 하찮은 존재로 취급했건 안했건, 아무런 상관을 않는 게 아닌가?
자신을 산기슭에 굴러 다니는 돌이나 바위라 해도 좋고,
바닷가에 떠다는 돛단배라 해도 좋고, 보들레르의 산문시에 나오는 구름이라 해도 무엇이 나쁘단 말인가.
인간은 공연히 자아의 성을 쌓고 굴러 떨어지는 바윗돌을 올리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마침내 허물어지고 마는 것을......정신분열자에게서 보는 자폐증은 이런 인간의 자아를 지키려는 자기방어에 대한 가장 치열한 투쟁이고,
안타까운 몸부림이다.
아예 방어를 하지 말자!
나를 집어 던지자! 저 멀리 내려 보내자! 그리고 숲 속에 불어대는 바람처럼 흘려 버리자!
이것이 내가 들귀신에게 배우는 묘한 진리인 것이다.
자아의 벽을 무너뜨리고 자아가 없다고 체념할 적에 진정한 자아가 있는 것이 아닌가?
내가 자신을 들귀신에 부치는 마지막 이유는 들귀신이 가지는 한없는 자유주의 정신 때문이 아닌가 한다.
서두에서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들귀신은 모양도 없고 흔적도 없으며 자아를 내세우지도 않는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들귀신에게는 이런 공간적인 초월 외에도
시간적인 법칙도 넘어서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들귀신에게는 과거도 없고, 현대도 없고, 또한 미래도 없는 것이다.
이 지구상에 있는 모든 인간의 마음 속에 언제나 존재할 수도 있는가 하면,
언제나 사라져 버리고 말기도 하는 것은 이것이 시간을 초월하기 때문이라는 게 정확한 판단인 것이다.
누구나 마음 속에 생각만 하면 곧 들귀신은 나타나기 때문에 일종의 반응적인 존재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이 세상을 살면서 그래도 집념이 있고, 애착이 있고, 한(恨)이 있어서 나를 괴롭히고 있는 터에,
들귀신은 언제, 어디서나 자유로운 존재로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리고 이제 말한 모든 이유들 때문에 소생를 '차라리'가 아니라 '즐거이' 들귀신이라 불러주소.
그 속에서 나는 모든 번뇌를 넘어서 외로운 이들의 가슴을 비춰주며
그들 존재와 더불어 존재하고 그들의 소멸과 더불어 이 지구상을 떠나 가리라.
<제20호> 정신분석적, 실존적 입장에서의 구원(2) 2000년 08월 17일
Ⅲ. 정신분석에서 보는 구원
1. Bible속에 구원
*요한 3장 17절
하느님께서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신자를 보내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으려하심이다.
믿음, 믿는다는것이 구원으로 직통되는고속도로이라고 말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에베소 2장8절,9절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을지어다.
*잠언 25장 14~28절
성실히 행하는자 구원을 얻을 것이다.
사곡히 행하는자 (꾀를 부리고 남을 속이거나 나쁜짓이나 하려는 이 ) 넘어지리라.
성서는 이렇게 구원으로 가는 길을 가르쳐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사야 55장 6~7절
너희는 여호와를 만날때 찾아라, 가까이 계실 때 불러라 (그냥 저기 여호와가 지나가는 구나 하지말고 불러라)
부를적에 악인은 살아온 길을 버리고 불의한 이 나쁜 생각을 버리고( 나쁜 조건반사를 버리고)
여호와에게 돌아오라. 주님은 그자를 긍휼이(불쌍히)여기시고 그가 용서하시리라.
2. 폴틸리히의 구원
①미국에 크게 영향을 준 실존주의 신학자이며 라이놀드 니버, 리챠드 니버와 함께 미국에 3大신학자이다.
하나님은 우리를 만들고서 보기가 좋더라 했다. '좋더라, 선하다'하는데서 시작하는 것이다.
(Esse gua esse bonnum, 모든것의 본질은 선한 것이다.)
② 타락 (Universal fall)은 아담과 하와가 성에 대한 지혜에 눈을 떠서 결국 낙원에서 쫓겨나게 된다.
곧, 지혜, 자유를 얻어 신에서 쫓겨나는 타락을 하게 되는 것이다.
③ 성경에서는 인간이 지혜를 얻음으로 해서 타락의 길로 가고 있는데
틸리히는 본질적으로 선한 상태에서 실존적으로 소외된 타락된 존재로 표현하고 있다.
인간은 육체가 있기 때문에 비극이 개시되는것이라고도 말하고 있다 .
인간은 마음은 선한데 육체가 있기 때문에 밥도 먹어야하고 즐기기도 해야하기 때문이다.
틸리히는 인간은 본질적으로 선한 상태에서 실존적으로 타락하게 된다고 했다.
( Essential good , Existantial Estrangment) 곧 인간은 육체가 있어서 비극이 있다는 것이다.
④ 틸리히는 구원을 3단계라고 말하고 구원의 가능성을 말하고 있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구원(Salvation)'은 라틴어를 어원으로 하는데 Salvus(치료한다), Salus(하나가 된다 - 하나님과 인간이 하나가 된다)
타락해 있던 인간은 하나님곁으로 가려하니까 하나님이 받아주시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하나님과 같이 있다가 인간은 타락하고 다시 하늘로 가려하는 3단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정신분석학적 에서도 보이는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정신분석학적으로 해석
바이블이나 틸리히의 내용을 해석을 해보면 인간은 태어날 때 누구나 백지와 같은 상태다.
(Tabula Rasa: 백지와 같은 상태, 때뭍지 않은 상태)
유아는 아주 선하고 때뭍지 않은 상태로 표현되고 있다.
물론 자기를 방어하지도 못하고 엄큼한 마음도 없는 연약한 상태에 있는데
타락이란 개념도 정신분석학에서 보면 젖먹는 아이에게 어머니가 고함도 지르고,
그릇도 날라가고 찬바람도 불고 하니 그 아이가 자라면서 점점 조건반사를 통해 점점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되는 것이다.
곧 인간이 타락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한 조건 반사의 예로 박대통령은 어머니가 가난해 애기를 낳지않으려고 뒷산에서 세번을 구르고
간장을 먹기까지 했으나 태어났다. 돈도 없는데 태어났다고 소홀이 한 상태에 있다 가마솥에 빠져 데어서 팔이 뱀처럼 흉이 남아있어 그것이 열등컴플렉스로 남게 되었다.
(짧은 소매의 옷을 입지 않으셨다 함) 이 열등컴플렉스는 후에 민족의 열등감과 연결이 되어서,
잘살아보세라는 근대화운동으로 연결되었다.
세번째 구원의 개념도 정신분석 치료와 일맥 상통한다.
구원은 어릴때 상처로 자라는 마디마디마다 고착된것인데 고착에서 해방시켜주는 것이 이 치료이다.
네번째로 정신분석 치료는 이성적 존재로 만드는 것이다.
본능적 욕구대로 자기 욕심대로가 아닌 도리에 따라서 움직이게 하는
이성적 존재로 만드는 것이 이 치료이다.
다섯번째, 노이로제의 특징은 관심의 세계가 점점 좁아진다는 것이다.
앉아있으면서 덥다, 바람이 분다, 의약분업은 어찌 됐나 하는 등
관심의 세계가 나로부터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이 병이 들면 관심이 철수하게 된다.
이것이 이 병의 특징인데 이것을 관심의 철수라고 오토 페니켈이 말했다.
38선에 있던 군대가 철수했다면 철수한 부분에 공백이 생겨나는 것과 같이
정신병이 최초증상은 관심의 철수로 인해 공백이 생겨서 "내가 살고 있는곳이 달나라인가,
별나라인가?" 하는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정신병의 두번째 단계는 철수한 군대가 모두 서울에 가있듯이 모든 관심이 신체에 몰려 신체에 대한 이상감각이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리비도의 신체화이다.
전단계에서 '내가 왜그러지' 하다가 몸이 아프다는 애기를 하게 되어
"허리가 아파 못앉아 있겠다", "배가 아프다"," 배가 얼얼하다."고 하소연한다.
치료의 지름길은 관심을 밖으로 향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가 강의 치료를 하는 것도 관심을
밖으로 돌리게 하는 치료의 지름길이다. 역시 깨달아야 치료도 가능하게 된다.
<제21호> 정신분석적, 실존적 입장에서의 구원(3) 2000년 08월 17일
Ⅲ 기독교와 정신분석의 상호보완
1.기독교가 정신분석으로부터 얻은점
과학적으로 보면 지금의 기독교에 문제가 있으나 과학으로 인해 덕 본것이 있다고 틸리히가 말했다 .
니체가 신이 죽었다고 외쳤던 19세기에는 과학의 발달로 기독교가 빌빌거리다가
정신분석에 의해 기독교는 물을 만났다고 할 수 있다
1.죄란 무어냐 하는 것을 똑쪽히 현대인에게 설명해 주었다 .
죄는 불안이다. 불안을 느끼는 자는 죄를 지은 자이다.'라고 말하고 소외감, 허탈감(나는 존재할 가치가 없다고 느끼는 감정)이라고 설명했다.
2.용서에 대한 개념이다 - 예수님을 통해서 죄의 사함을 받았으나 기독교의 맥락은 죄를 사해주지 않는 전통이 있다.
(사마리아의 여인을 돌로 쳐죽이려고 했듯이 )
정신분석학의 시작은 용서와 관용과 수용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의사는 환자를 얼마나 괴로운가, 고통속에 있는가 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치료의 개시라고 했다.
도저히 받아들일수 없는 것(Unacceptance).
능지처참할 놈을 받아들이는 것(acceptance) 이다 이런 점을 틸리히는 배워야 한다고 했다.
3. 인간의 정신구조를 정신분석이 발달함에 따라서 의식과 무의식이 있음을 알았다 .
의식의 밑바탕에 무의식이 있음을 알고 잘못 있으면 죄를 지은것을 사하라며 하루에 7번씩 40번씩 490번씩 중세기에는 기도를 했다고 한다.
그것은 의식밖에 모를 때일인데 전체의 인격을 향해서 말해야 한다고 했다.
설교를 할 때에 의식뿐만 아니라 무의식 깊은 곳을 같이 찔러야 된다고 했다.
2. 정신분석이 기독교에서 배울 점
1. 대상관계(Object Relation)
개인만을 상대로 하고 그 사람 자신이 어디가 언제부터 아프냐,
왜 그런 짓을 했느냐 하는 것이 정신 치료인데 비해 기독교에서는 항상 개인과 하나님과 관계를 생각하고,
하나님이란 존재를 통해서 곧 자기를 보았다.
개인만을 보고 치료하면 꼭 재발하게 된다.하지만 내가 귀한 것처럼 남을 존중하는 대상관계를 중시하는 것으로 가야 할 것이다.
이것은 기독교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이다.
이세상에 일의 원인에는 결과적 원인과 원인적 원인 두가지가 있다고 칼융은 말했다.
예를 들어 결과적 원인(Causa Finalis)은 에어콘이 있기 때문에 방이 시원한 것이고, 원인적 원인(Causa Efficiency)으로는,
시어머니는 난데없이 돈을 받으러 온 빚쟁이를 보고서 놀라고 히스테리 발작으로 실신하게 되는데
이는 며느리한테 체면을 세우고 빚쟁이에게 빚을 면제받기 "위하여" 아픈것이다. 병이 나는 것도 " ~을 위하여 " 아픈것으로
피아노를 치기 싫은 아이가 손이 마비되는 것과 같이 잠재적 고의성이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인간은 항상 남과의 관계(대상관계)를 통해서 인격형성이 되어가는 것이다.
에리히 프롬은 자유에도 두가지가 있다고 했는데 속박에서 해방되는 자유(Freedom From)는 인간을 타락하고 방종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향해가는 자유(Freedom to) 는 하나님 말씀을 향해서 가는 것으로 어떤 좋은 일을 해나가야 하는가를
추구하며 살아야 하는 것으로 이 행해가는 자유를 기독교에서 배울 점이다.
후기 산업사회에 사는 이들은 돈과 권력 성에 영향을 받지 않고 살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을 향유하지 못하는 이가 대부분이고 그들은 엄청난 좌절감에 빠지게 되고 분노감을 느끼게 된다.
그 분노감이 안으로 향하면 노이로제가 되고, 밖으로 향하면 범죄가 되는 것이다.
정신분석학에서는 분노가 오는것까지는 밝혀냈지만 마땅한 방법을 알아내지는 못했다.
여기에 기독교의 높은 뜻, 하늘 나라로 가기위하여 노력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통해서 해답을 얻을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이 서로가 도우는, 마치 미소간에 협조하듯이 기독교와
정신분석이 서로 도우고 협조하는 관계가 될 수 있음을 알아야 겠다.
<제22호> 월경기의 우울증 2000년 08월 19일
월경은 대부분의 여성들이 사춘기부터 갱년기가 될 때까지 어쩔 도리 없이 맞이하게 되는 '월중행사'이다. 이 월경의 시기는 부부사랑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왜냐하면 월경을 전후해서 여성들에게는 여러가지 생리적, 심리적인 변화가 따라오기 때문이다. 공연히 신경질을 낸다거나, 그릇을 던지거나 , 문을 크게 소리내어 여닫거나 하는 행동은 모두 월경이 가져오는 현상이다.
어떤 중년 부인은 월경때만 되면 자신도 모르게 불안해지고 좇기는 기분이 들어 마침내 도벽(盜僻)이 생기기까지 한다. 이토록 월경은 여성들에게는 참기 어려운 정신적 부담을 안겨 주는 것이다.
사춘기가 되어 초경(初經)을 시작할 때면 대개의 소녀들은 놀라게 되고 일시적인 불안신경증에 걸린다. 또 마흔 살이 지나 폐경기(閉經期)에 이른 대개의 여성들은 알 수 없는 고독감과 우울증에 빠진다.
불면증이 일어나고 온갖 쓸데없는 생각이 떠오르며 공연히 자책감(自責感)이 들기도 하고 심해지면 자살충동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의학적으로는 '갱년기성 우울증'이라고 진단하지만 어쨌든 이 시기는 견디기 어려운 심리적 갈등이 일어나는 시기임에는 틀림없다.
고집이 센 부인은 20년 전 남편이 신혼여행을 안 갔거나 예물이 적었던 것에 대해 강력한 의문을 제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