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전환기마다 하나님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신앙의 눈으로 역사의 흐름을 읽으며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했습니다. 구약성경의 예언자들은 이런 일을 담당한 대표적인 인물들인데 그 가운데서도 이사야 선지자는 그야말로 역사가 격변하는 시대에 살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증거한 사람입니다.
이사야는 이스라엘과 유다의 암흑시대에 태어나서 활동하던 선지자였는데 어느날 그는 조국의 지평선에 검은 구름이 뒤덮고 있는 것을 느끼면서 하나님을 뵈옵기 위하여 예루살렘을 찾았는데 성전에서 그는 만군의 하나님을 보았습니다.
본즉 주께서 높이 들린 보좌에 앉으셨는데 그 옷자락은 성전에 가득하였고 스랍들이 보좌에 앉으신 하나님을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그 거룩하신 보좌에서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성읍들은 황폐하여 거민이 없으며 가옥들에는 사람이 없고 이 토지가 전폐하게 되며 사람들이 여호와께 멀리 옮기워서 이 땅 가운데 폐한 곳이 많을 때 까지니라"(6:11-12)
이러한 멸망의 선포가 있은 다음 하나님께서는 단 한가지 소망의 길이 있음을 이사야에게 암시했습니다.
"그 중에 십분의 일이 오히려 남아 있을지라도 이것도 삼키운 바 될 것이나 밤나무, 상수리 나무가 베임을 당하여도 그 그루터기는 남아 있는 것 같이 거룩한 씨가 이 땅의 그루터기니라" (6:13) 절망중에 소망이 있다는 말입니다. 끝까지 하나님 편에 남아있는 사람이 거룩한 씨가 된다는 말씀입니다.
오늘 우리의 현실이 이사야의 시대처럼 위기에서 구원의 길을, 절망에서 희망의 길을 찾을 때입니다.
여기 거룩한 씨란 무엇을 뜻하고 또 그루터기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첫째, 남은 백성의 순수한 신앙이 이땅의 그루터기입니다.
남은 백성을 가리켜 영적으로 살려고 하는 소수의 무리라 하는데 질적 소수의 무리들을 칭하는 말입니다. 이사야는 이 의로운 소수의 무리를 "남은 자" 혹은 "남은 백성(The Renmant)이라 불렀습니다.
이들은 혼란한 시대에 오직 믿음으로 살려고 하는 무리들로서 당시 왕과 신하들과 대부분의 백성들이 죄와 불신앙과 타락에 빠졌으나 그러나 이들만은 대중과 세속을 따르지 아니한 질적인 소수였습니다.
현대 사회학에서는 이들을 가리켜 엘리트(Elite)라 합니다. 엘리트는 지성인을 뜻하는 말인데 무엇보다 이들은 주체성이 분명한 사람들입니다.
남이 시장에 가니 나도 목적없이 시장에 간다는 식으로 남이 하는대로 따르지 않는 사람들, 신앙적인 주체성이 분명한 사람들로서 무엇이 진리이며, 무엇이 하나님의 뜻인가에 대해서 확실히 알고 그 지식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들입니다.
엘리트는 비록 수는 적지만 역사의 방향을 알고, 하나님의 진리를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시대와 사회에서 언제든지 대중의 중심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 한국교회에도 "남은 백성"과 같은 질적 소수의 운동이 일어나야 합니다. 수천명, 수만명의 양보다 참되고 믿어보려는 질적 소수를 하나님께서는 더 기뻐하십니다.
세상이 변하고 교회가 세속화 되더라도 오직 참 믿음으로 살아보려고 하는 운동, 이것이 그 시대와 사회를 밝혀주는 등대와도 같은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참 신앙은 "한 알의 썩어지는 밀알"과 같은 것입니다. 예수님의 생명이 내 속에 역사해서 나의 희생과 함께 새 생명의 창조를 나타내는 신앙, 즉 빛과 소금과도 같은 것이라 하겠습니다.
조각가 로댕이 "생각하는 사람"을 조각한 다음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극력히 자신을 연단한 자 외에는 나의 작품을 감상하지 말라" 시련과 환란을 극복한 사람만이 자신의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인생의 진미는 고통과 괴로움, 시련을 극복해 갈 때 더욱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평탄하게 신앙생활을 하시는 분 보다는 온갖 어려움과 갈등과 고뇌를 겪으면서 신앙을 지켜가는 분일수록 하나님의 크신 은혜를 더 깊이 체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바울은 로마서 5장에서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라고 했습니다.
하나님은 수가 얼마나 많고 적으냐 이것 보다는, 그속에 예수 그리스도의 새 생명을 움돋고 사는 그루터기와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느냐, 이것을 더욱 중요하게 여긴다는 사실입니다.
둘째, 그루터기 신앙은 미래를 여는 신앙입니다.
그루터기, 지금은 베임을 당하고 쓸모 없지만 그러나 장차 언젠가는 새순과 새줄기를 내서 큰 나무로 자랄 것입니다. 그루터기는 내일을 여는 것을 우리에게 시사해 주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선지자 이스라엘 백성을 통해서 그루터기가 되어 달라고 당부하면서 그루터기에서 새순, 거룩한 씨앗이 나올텐데 그 씨앗은 우리가 대망하는 메시아 예수 그리스도라고 이야기 합니다.
선교는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으로부터 시작해서 재림에 이르기까지 하나님 나라의 성취의 과정이라 볼 수 있습니다.
기독교 신앙은 막연히 앉아서 장차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것을 기다리는 것이 아닙니다. 장차 살아갈 이상적인 하나님 나라를 확실히 믿으면서 그 이상적인 하나님의 나라를 자기 현재 생활속에 실천해 가는 것입니다.
로마서14장에서 하나님의 나라는 오직 성령 안에서 누리는 "의와 평강과 희락"이라고 했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오직 성령의 능력으로 사는 나라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성령의 권능에 의해서 의롭게 사는 나라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성령의 권능에 의해서 평화롭게 사는 나라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성령의 권능에 의해서 구원의 기쁨을 안고 사는 나라입니다.
의와 평안과 구원과 기쁨이 오늘 우리의 현실 생활 속에서 구체적으로 실천되어질 때 이상적인 하나님 나라의 현존을 이루어갈 수 있습니다. 이것이 그리스도인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은 운명론에 빠지거나 체념하지 않습니다.
기독교윤리에서는 예수그리스도의 정신에 의해서 문명을 변화시키고 새롭게 창조해 가는 생명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생명이 우리들의 삶을 운명론에서 벗어나게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은 결코 운명에 살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장차 재림하실 메시야를 대망하면서 메시아 왕국의 이상을 현실 속에 실천해 가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믿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이 이 땅의 그루터기, 이 땅의 거룩한 씨앗으로서 책임과 사명을 완수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천국을 겨자씨에 비유하셨습니다.(막4:31)
가장 작은씨가 땅에 묻혀 큰 나무로 성장하여 새들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한다는 비유입니다.
모든 씨 중에 가장 작다는 열등감, 땅속에 묻히는 괴로움, 햇볕을 타고 바람에 시달리며 때로는 차가운 눈 속에 덮이지만 겨자씨의 희망은 큰 나무로 성장하는 데 있습니다.
하나님의 약속을 바라보며 사는 크리스찬들은 이 작은 겨자씨들입니다. 그들의 고통은 희망속에서 기쁨으로 변하고 그들의 괴로움은 이 소망 속에서 감사로 변합니다. 이 희망이야말로 우리 생애를 믿겨볼 만한 위대한 결정입니다.
뜻하지 않은 변화, 생각지 못했던 사건, 대인관계나 혹은 살아가는 환경과 역사에 나타나는 큰 변화와 혹은 고통스러운 체험은 역풍처럼 우리를 덮칩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역풍 중에 걸어오는 주님이 계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예수께서 역풍과 심한 풍랑 속에서 나타나셨다는 이야기는 단순히 기적 이야기라기보다는 더 깊이 있는 신앙의 해설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막6:47-48)
희망은 사랑에 의해 생기고, 사랑은 희망에 의해 키워집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희망이 움트는 것을 발견한 것입니다. 희망을 바라보는 사람은 더 사랑하게 됩니다. 사랑하는 자의 그 빛난 얼굴을 보십시오. 그것은 희망의 샘이 솟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사랑이 없는 곳에 희망은 생기지 않습니다.
이것이 곧 미래를 여는 자의 모습, 메시아의 왕국을 준비하는 자의 모습입니다. 그루터기 신앙입니다. 하나님은 도무지 희망이 없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으십니다. 특별히 우리 교회에 대하여 그 큰 희망을 가지고 계십니다. 선교를 위해서... 이것이 곧 하나님의 희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