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여라, 주실 것이요, 찾아라, 찾을 것이요, 문을 두드려라, 열어 주실 것이다. 구하는 사람마다 받을 것이요, 찾는 사람마다 찾을 것이요, 문을 두드리는 사람에게 열어 주실 것이다”(7-8절).
예수께서 하신 말씀 가운데 이처럼 적극적인 말씀이 없을 것이다. 그리하여 이 구절은 우리가 무엇이든 믿고 구하기만 하면 다 얻을 수 있다는 식의 적극적인 사고방식을 뒷받침해 주는 대표적 구절인 것처럼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예수는 여기서 ‘믿음이 있으면’이라는 조건을 달지 않았다. 오늘날 도시의 거리를 나가보면 어디서나 무언가를 구하고 찾는 사람들, 그리고 집집마다 방문하여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들에게 이런 구절은 귀가 솔깃해지는 구절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그들이 구하는 것이 다 이루어질 수 있으며 찾는 것을 다 찾을 수 있겠는가. 만일 그렇게 이루어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동화에 나오는 마법의 램프나 도깨비 방망이 같은 것일 것이다.
예수가 그런 뜻으로 이 말씀을 했을 리는 없다. 예수는 수학공식처럼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일반적인 진리로 이 말씀을 한 것은 아니다. 이 말씀은 예수의 유명한 산상설교 가운데 나오는 것이며, 산상 설교는 제자들뿐 아니라 무리에게 하신 것이다(마 5:1; 7:28). 예수는 그들을 “목자 없는 양같이 불쌍하게” 여겼다(마 9:36). 예수는 그들을 보고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저 무리가 나와 함께 있은 지가 벌써 사흘이나 되었는데, 먹을 것이 없으니, 가엾다. 그들을 굶은 채로 돌려보내고 싶지 않다. 가다가 길에서 쓰러질지도 모른다”(마 15:32).
이렇게 사흘씩 굶으면서 기진맥진하여 풀이 죽어서 예수를 따라다니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무리들”이다. 예수는 바로 이런 사람들과 더불어 이른바 오병이어의 기적을 일으켜서 배불리 먹이기도 하고, 그들의 병을 고쳐 주기도 하고, 그들을 가르치기도 하였다. 그 가르침 가운데는 그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고, 한없이 그들을 긍정해 주는 것이 많은데, “구하여라 …… 찾아라 …… 문을 두드려라 ……” 하는 구절도 바로 그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특히 세 번째로 나오는 “문을 두드리라”는 말씀은 그들이 어떤 처지에 있는지 암시해 주고 있다. 이 구절을 막연히 천국의 문이나 신앙의 문으로 추상화해서는 안 된다. 그저 글자 그대로 남의 집 문을 두드리는 것을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누가 실제로 문을 두드린다면, 뭔가 구하는 것이 있어서다. 나그네는 하룻밤 자기 위해 남의 집 문을 두드릴 수 있다. 굶주린 사람은 양식을 얻기 위해 남의 집 문을 두드릴 수 있다. 그들은 걸인이거나 나그네이거나 아니면 무엇을 팔기 위한 장사꾼일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간에, 그들은 이 쪽에서 뭔가 구하는 것이 있는 경우이다.
외판이나 보험을 하는 사람들로부터 집집마다 방문하면서 문을 두드리는 것이 너무나 힘든 일이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특히 성격이 내성적이거나 활달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용기는 안 나는데 하기는 해야 하고 해서, 진정제 같은 약의 힘을 빌려서 문을 두드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예수 당시 사람들도 뭔가 문을 두드리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주저하고 망설이다 문 앞에서 돌아오고 마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예수는 용기를 내어 문을 두드리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일단 두드려 보기라도 하라고, 미리 겁먹고 포기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구절을, 별로 부족할 것이 없는 삶을 살면서, 좀더 고급스러운 집을 구하고, 좀더 좋은 차나 외제차를 구하고, 좀더 화려한 것을 구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구하고 찾는 것을 보증해 주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 아무나 믿고 구하기만 하면 척척 들어 준다는 식의 적극적인 사고방식과도 무관하다.
“너희 가운데서 아들이 빵을 달라고 하는데 돌을 줄 사람이 어디에 있으며, 생선을 달라고 하는데 뱀을 줄 사람이 어디에 있겠느냐?”(9-10절).
여기서 예수께서 그저 아무 예나 들었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예수는 그들이 구함직한 것을 직접 예를 드신 것이다. 그들이 구하는 것은 무슨 거창한 것이 아니라, 주의 기도에 나오는 바, 일용할 양식과 같은, 빵을 구하는 것이었다. 생선을 달라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오병이어의 기적에서 보듯이, 갈릴리 바다 근처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빵과 물고기가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음식이었다.
예루살렘의 거지 바디매오에게 예수께서 내가 네게 무엇을 하여 주기를 원하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즉시, 보기를 원한다고 대답했다. 그것은 그가 가장 간절히 구하는 것이었고, 찾는 것이었다. 그것을 구했을 때 예수는 그에게 ‘네 믿음이 너를 구했다’고 격려해 주었고 그가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하지만 세배데의 아들 야고보와 요한이, 예수의 수난은 이해하지도 못한 채, 예수께 “주께서 영광을 받으실 때에, 하나는 선생님의 오른쪽에, 하나는 왼쪽에 앉게 하여 주십시오” 하고 구했을 때, 예수는 그들의 청을 들어주지 않았다. 구한다고 다 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비유 가운데 나오는 것이긴 하지만, 등불을 예비한 슬기로운 처녀들이 신랑과 함께 성에 들어가고 난 다음에 어리석은 처녀들이 문을 두드리며 열어달라고 애걸했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마 25:11).
“구하여라 …… 찾아라 …… 문을 두드려라 ……” 하는 예수의 말씀은 신자의 기도가 도깨비 방망이나 마술램프처럼 소원을 척척 들어주는 것이라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예수를 따르는 무리 가운데 풀이 죽고 기가 죽어, 남의 집 문을 두드릴 용기도 못 내는 사람들에게 준 약속이요 격려이다.
“너희가 악해도 너희 자녀에게 좋은 것을 줄 줄 알거든, 하물며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 구하는 사람에게 좋은 것을 주시지 않겠느냐?”(11절)
예수는 그들이 구하는 것을 얻게 되고 찾는 것을 찾게 되고, 또 두드리면 열리게 되는 이유를 설명한다. 그것은 하나님과 그들의 관계가 바로 부모와 자녀의 관계와 같다는 것이다. 하나님을 아버지로 부르는 것은 성서에서 자주 나오는 것이지만, 실제 생활에 있어서 그렇게 낮은 계층의 사람들, 무리들에게는 하나님은 인자한 아버지 상은 아닐 수도 있었다. 특히 당시 바리새파 사람들의 가르침을 따른다면, 하나님은 그들에게 수백 가지 율법과 수천 가지 불문율들을 지키도록 요구하는 엄한 분이기도 하다. 그들은 은연중에 퍼진 엄하신 하나님 상 앞에서 기가 죽고 풀이 죽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예수는 하나님을 자식에게 좋은 것을 주는 부모, 아니 그 부모보다도 더 인자한 분으로 그리고 있다. 그들은 그 좋으신 하나님께 구하고 찾고 문을 두드려야 한다는 것이다.
예수를 따르는 무리들 가운데는 배가 고프면서도 밥 달라고 구하지 못하고, 헐벗으면서도 옷을 구하지 못하고, 잘 데가 없으면서도 집을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저 그것을 팔자로 알고 숙명적으로 살고, 뭔가 남에게 구한다는 것을, 부담스런 일로, 건방진 일로 여기기도 했을 것이다. 그저 얌전하고 겸손하게 가만히 있어야 남들이 동정도 하고 뭔가 얻을 수 있지, 졸라대고 외치고 구하는 것은 버릇없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뭔가 필요해서 남의 집 문 앞까지 갔다가 차마 두드리지 못하고, 문밖에서 굶고 헐벗고 떨면서 그냥 자는 쪽을 택했는지도 모른다. 예수는 그들에게, 용기를 내라고, 구하라고, 찾으라고, 문을 두드리라고 외치고 있다. 그리하면 구하는 사람마다 얻을 것이며, 찾는 사람마다 찾을 것이며, 문을 두드리는 사람마다 문이 열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확신을 심어 주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구하는 것, 좋은 것이, 이 세상, 기관, 정부, 회사, 상사에게서 온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풀이 죽고 기가 죽는다. 잘 보여야 하고, 뽑혀야 하고, 맘에 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하게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무리들도 그들이 구하는 것은 당시의 지배 계층에 속한 자들이 은혜를 베풀어 주어야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그들 앞에서 주눅이 들고 고개를 들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예수는 좋은 것을 주시는 분은 그들이 아니라 하나님이라고, 그러니 그들 앞에서 기죽을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엄연히 당시의 지배 계층, 헤롯, 로마 총독, 대제사장, 사두개파, 율법학자와 바리새파 사람들, 이런 자들이 실권을 장악하고 있는데, 예수는 어떻게 이런 선포를 하는 것인가? 그렇게 선포한다고 해서 실제로 굶주리고 헐벗고 부족한 것이 많은 무리들의 요구가 즉시 채워지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것은 그저 선언으로 끝나는 것인가? 낙관적인 희망을 말하는 것인가?
“그러므로 너희는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여라. 이것이 율법과 예언서의 본뜻이다”(12절).
이런 말은 예수에게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BC 4세기의 어느 아테네 사람은 “너희가 다른 사람에게서 화나는 일을 당했으면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행하지 말라”는 말을 남겼다. 예수보다 이전 시대에 유대교 랍비 힐렐은 “네게 달갑지 않은 것을 네 이웃에게 행하지 말라. 이것이 전 율법이며 이 밖의 모든 다른 것은 주석이다”는 말을 남겼다. BC 5세기경에 활동한 공자는 “네가 원하지 아니하는 것을 남에게 베풀지 말라”(己所不欲 勿施於人)는 말을 남겼다. 예수는 이런 말들을 알고 있었을 수도 있고, 혹은 서로 모른 상태에서 비슷한 말을 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문장이 서로 비슷하다고 해서 그 말의 뜻까지 같은 것은 아니다. 이런 말들을 하게 된 맥락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명제들의 형식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다른 세 가지 명제들은 “네가 원하지 아니하는 것을 남에게 베풀지 말라”는 식의 부정 명제인데 반하여, 예수의 명제는 “남에게 대접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는 긍정 명제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게 그거지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여기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다른 세 가지 부정 명제들은 이른바 군자(君子) 또는 올바른 사람이 살아야 할 길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것은 자기를 닦는 도덕적인 가르침이기 때문에 ‘……을 하지 말라’는 식의 부정 명제가 되기 쉬운 것이다.
그러나 예수는 여기에서 일반적으로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를 가르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앞에서 나온 “구하여라 …… 찾아라 …… 문을 두드려라” 하는 가르침에 이어서 이 말씀을 하고 있다. “구하여라……” 하는 구절과 “남에게 대접 받고자……” 하는 구절 사이에는 “그러므로”(oun)라는 접속사가 있다. 이는 이 두 구절이 논리적으로 연관관계에 있음을 의미한다. 즉 우리가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해야 하는 것은, 일반적인 윤리 교훈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우리가 구하는 것을 들어주시고, 찾는 것을 찾아주시고, 문을 두드릴 때 열어 주실 것이므로, “그러므로”, 이제 우리도 다른 사람들이 구하면 들어주고 찾으면 찾게 해 주고 문을 두드리면 열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사랑을 받은 사람들이 거기서 머무르지 말고 또 다른 사랑을 일으켜야 한다는 말이다. 마음의 수양이 아니라 사랑의 실천에 관한 말이다. 그러므로 예수는 “네가 싫은 것을 남에게 하지 마라”고 ! 소극적으로 말하지 않고, “남에게 대접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고 적극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구하여라 …… 찾아라 …… 문을 두드려라” 하는 구절만 보고, 그저 하나님께 무엇인가를 구하는 것만이 기도이고 신앙이고 신자의 길인 줄 안다. 그걸 구하되 적극적 사고방식으로 구하고, 구한 다음에는 주어질 줄 믿고 감사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그렇게 조르기만 하고 받기만 하는 신앙은 어린아이 같은 신앙일 것이다. 성숙한 신앙은, 그렇게 자기도 구하고 찾고 문을 두드려 보았기 때문에, 이제는 그렇게 구하고 찾고 두드리는 또 다른 사람의 심정을 헤아리고 그들을 돌아보는 사람일 것이다.
박노해
우리 세 식구의 밥줄을 쥐고 있는 사장님은
나의 하늘이다
프레스에 찍힌 손을 부여안고
병원으로 갔을 때
손을 붙일 수도 병신을 만들 수도 있는 의사 선생님은
나의 하늘이다
두달째 임금이 막히고
노조를 결성하다 결찰서에 끌려가
세상에 죄 한번 짓지 않은 우리를
감옥소에 집어넌다는 경찰관님은
항시 두려운 하늘이다
죄인을 만들 수도 살릴 수도 있는 판검사님은
무서운 하늘이다
관청에 앉아서 흥하게도 망하게도 할 수 있는
관리들은
겁나는 하늘이다
높은 사람, 힘있는 사람, 돈 많은 사람은
모두 하늘처럼 뵌다
아니, 우리의 생을 관장하는
검은 하늘이시다
나는 어디에서
누구에게 하늘이 되나
代代로 바닥으로만 살아온 힘없는 내가
그 사람에게만은
이제 막 아장걸음마 시작하는
미치게 예쁜 우리 아가에게만은
흔들리는 작은 하늘이것지
아 우리도 하늘이 되고 싶다
짓누르는 먹구름 하늘이 아닌
서로를 받쳐 주는
우리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푸른 하늘이 되는
그런 세상이고 싶다
이 세상에 두렵고 시커먼 하늘만 있는 것 같이 느끼는 약한 노동자이지만, 그는 자신도 아내에게서는, 걸음마하는 아가에게서는, 하늘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하지만 그 하늘은 시커먼 하늘이 아니라 서로를 받쳐 주는 푸른 하늘이 되었으면 한다.
예수께서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여라”고 한 것도 어쩌면, 하나님께 구하고 찾고 문을 두드려 본 사람들이, 이제는 서로의 처지를 헤아리고 다른 사람의 자리에 서 보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푸른 하늘이 되어 주라는 말씀일 것이다.
